한화 태양광 사업…볕들날 오긴 오나
‘첫 단추를 잘못 꿴 태양광 실적’ ‘아직 혹한’ ‘당분간 어려운 대외 환경 지속’….
최근 한화솔루션을 분석한 증권가 보고서 제목은 대부분 비관적이다.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 한화솔루션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태양광 업황 악화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올해는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화솔루션을 이끌어온 김동관 부회장 고민도 함께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35% 급감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3조2887억원, 영업이익 604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02년과 비교해 매출은 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4.6% 줄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케미칼 사업 부진이 눈에 띈다.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새 89.9% 줄어든 595억원에 그쳤다. 매출도 같은 기간 13.7% 감소한 5조974억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주요 제품 마진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그나마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 6조6159억원, 영업이익 586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8.8%, 62.3% 늘었다.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태양광 등 설계·조달·시공(EPC)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문제는 올해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올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판매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 측은 “태양광 산업에서 가격 경쟁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데 공급 과잉이 심해 재고가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태양광 부품의 현지 생산분에 제공하는 보조금인 ‘생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반영해도 1분기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정부로부터 지난해 2000억원의 AMPC를 받았다. 올해는 5000억~6000억원가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럼에도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1570억원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만 1190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 공급이 넘쳐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 태양광 기업이 수출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생산한 태양광 부품을 주로 미국에 수출한다. 그런데 미국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수입한 중국 물량에 오는 6월부터 2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6월 이전에 수출 물량을 밀어내는 분위기라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모듈 공장 가동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캐나디언솔라(Canadian Solar), 진코솔라(Jinko Solar), 론지(LONGi) 등 중국 기업의 미국 공장이 이미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 모듈 공급량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태양광 모듈 가격이 급락하는 양상이다. 모듈 가격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와트당 0.13달러로 전년 동기(0.25달러) 대비 반 토막 났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태양광 모듈 재고는 45GW로 추정되는데 올해 설치량 전망치가 30GW 후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1년 치 이상 재고가 쌓여 있다는 의미다. 재고 증가로 가격 경쟁이 심화돼 판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이 여파로 한화솔루션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지난해 말 6만원까지 치솟았던 한화솔루션 주가는 최근 2만원대 후반으로 떨어져 반 토막 났다(2월 27일 종가 2만7300원).
증권가 전망도 대체로 비관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한화솔루션 목표주가를 기존 5만10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4만7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에는 계절적 비수기와 태양광 모듈 판매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영업적자가 1060억원에 달할 것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63%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국 솔라허브 기대 걸지만…
한화솔루션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김동관 부회장 고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은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회사다.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한 이후 2015년 한화솔라원, 큐셀과의 합병을 통해 태양광 사업에 주력해왔다. 2020년에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해 한화솔루션이 공식 출범하면서 태양광, 화학 사업을 아우르는 한화그룹 핵심 계열사로 우뚝 섰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주택용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35%를 차지해 글로벌 대표 태양광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2022년까지만 해도 한화솔루션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사상 최대 매출(13조6539억원)과 영업이익(9662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잔치를 벌였다. 지난해 들어서도 장밋빛 전망 아래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를 1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업이익이 6000억원대 초반에 그쳤고 올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의미다.
김동관 부회장 입장에서 한화솔루션은 각별한 회사다. 김 부회장이 처음으로 등기임원, 대표이사에 오른 기업이 한화솔루션이다. 2020년 한화솔루션 출범과 동시에 사내이사를 맡았고 그해 9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태양광 사업을 한화솔루션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덕분에 지난해 한화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이 방산, 우주항공, 조선업까지 보폭을 넓혔지만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여전히 태양광 사업이다.
한화그룹 대표 계열사로서 자존심을 구긴 한화솔루션은 미국 솔라허브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솔라허브는 한화솔루션이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미국 내 최대 태양광 통합단지다. 한화솔루션은 2025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셀 생산량 중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상반기 1.7GW 규모였던 미국 현지 모듈 생산능력을 올해 8.4GW로 확대하기로 했다.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미국 기준으로 130만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 중 원재료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생산단지로 구축된다. 모듈을 시작으로 잉곳, 웨이퍼, 셀 공장이 차례대로 가동되면 한화큐셀은 올해 말 북미 최초로 태양광 핵심 가치사슬을 현지에 두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주가 급락으로 뿔난 주주를 달래려 주주환원 정책도 시행한다. 한화솔루션은 올해와 내년 현금 배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국 공장 증설 등 투자에 집중하면서 시행하지 못했던 현금 배당을 2020년 이후 4년 만에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지급할 예정이다. 배당총액 규모는 517억원으로 보통주 주당 300원, 우선주 350원의 배당을 계획 중이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 남이현 케미칼 부문 대표가 각각 자사주 2000주씩을 장내 매수하는 등 중장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악재가 수두룩해 주주 불만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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