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뜨겁게 달군 '엘니뇨' 사라진다…근데 올해가 더 덥다고?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역대급 엘니뇨(El Niño)가 힘을 잃고 있다. 올봄이 지나면 엘니뇨가 끝나고 중립 상태 혹은 라니냐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엘니뇨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전지구가 올해에도 지난해 못지않은 고온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5일(현지시각)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3~5월에는 ‘중립’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MO에 따르면, 3~5월에 엘니뇨가 지속될 확률은 약 60%이며, 엘니뇨도 라니냐도 아닌 중립 상태일 확률은 40%였다. 4~6월에는 중립 상태가 될 확률이 80%로 크게 높아졌다. WMO는 “올해 후반에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그 확률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엘니뇨가 만든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2023년
지난해 6월에 발생한 엘니뇨는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하게 발달했다. 1951년 이후 엘니뇨는 총 24차례 발생했는데, WMO는 이번 엘니뇨가 강도로는 역대 5위 안에 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이른바 ‘슈퍼 엘니뇨’로 발달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엘니뇨는 전 지구 온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과학원 등 공동 연구팀이 최근 ‘대기 과학 발전’(Advances in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도가량 상승했다. 1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해도 0.24도 높아졌는데, 상승분의 88%(약 0.2도)는 엘니뇨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기후변화 추세에 엘니뇨가 더해지면서 관측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가 됐다는 것이다.
셀레스트 사울로 WMO 사무총장도 “2023년은 기록상 가장 따뜻한 해였으며 엘니뇨가 이런 기록적인 기온에 기여했다”면서도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는 분명한 주범이었다”고 말했다.
기상 이변으로 식량 인플레 유발
한국 역시 지난해 봄부터 이어진 이상기후 현상의 여파로 과일을 비롯한 농작물 생산량이 줄줄이 감소하면서 과일값 급등으로 이어졌다.
“엘니뇨 영향에 시차 있어…올해 기온 역대 1~2위 가능성”
미국 기후분석단체 버클리 어스의 수석 과학자인 로버트 로데는 “엘니뇨의 발달과 지구 기온에 미치는 영향 사이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엘니뇨는 2023년보다 2024년에 지구 기온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2024년은 1850년 관측이 시작한 이래 가장 따뜻하거나 두 번째로 따뜻한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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