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집단행동' 세 번 강조한 尹 "PA간호사로 공백 메우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 집단행동을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규정하고 법에 따른 엄정한 처리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종시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불법 집단행동”이란 표현을 세 차례 썼다.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을 ‘불법’으로 못 박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은 한시도 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로, 많은 국민들을 만나면서 절실함을 피부로 느껴 왔다”며 “그런데 보름 이상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제36조를 언급한 뒤 “의사는 국민 보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의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을 받은 뒤 불이행 사실이 확인된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한 행정 및 사법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엄정 처리 기조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따른 국가의 책무와 국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행정명령 등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의사단체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국민들께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부처가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며 “이번 일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의료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서는 의료 공백에 따른 비상진료 체계 작동을 위해 1285억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을 확정했다.
국무회의 뒤에는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도 주재했다. 녹색 민방위복 차림의 윤 대통령은 “지금 의료현장의 혼란이 역설적으로 의사 수 부족을 입증하고 있다”며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해서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에 대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세부적으로는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통해 이들이 전공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진료지원(PA) 간호사는 의사 지시에 따라 수술 보조 등 의사 업무를 일부 수행한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이들에게 일부 업무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는데, 법적인 보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특히 윤 대통령은 소위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에 대해선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며 “비중증 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병원 운영 개선 방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형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며“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수련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전공의가 아니라, 표준화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유능하고 전인적인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급격한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각종 통계를 들며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고 재차 반박하기도 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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