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작품·여주상 2관왕할까…여풍 거센 오스카
'오펜하이머' 최다 13부문 후보
작품상 여성감독 후보 3편 최다
여성 주연·제작 후보작이 장악
할리우드 스타 엠마 스톤이 작품‧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역대 두 번째 여배우가 될까. 아니면 사상 최초 미국 원주민 여우주연상 수상자(릴리 글래드스톤)가 탄생할까.
10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풍(女風)이 거세다. 전세계 9억 5000만달러(약 1조2795억원) 흥행과 함께 실존 ‘원자폭탄 과학자’의 전기를 그린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가 작품‧감독‧각색상 등 최다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오스카를 휩쓸 거란 관측이 나오지만, 작품‧감독‧여우주연‧남우조연‧각색상 등 11개 후보에 오른 엠마 스톤 주연‧제작 영화 ‘가여운 것들’(6일 개봉)도 주목 받고 있다.
‘가여운 것들’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투신 자살한 임산부가 천재 과학자에 의해, 자신의 복중 태아의 뇌를 이식해 부활한다는 설정부터 기막히다.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대표작을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화려하고도 기괴한 여성판 프랑켄슈타인 영화로 옮겨냈다.
‘라라랜드’ 이후 7년만의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노리는 엠마 스톤은 ‘가여운 것들’ 제작자로 작품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성인 여성의 몸으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부터 자유로운 성생활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의 터부를 깨는 성장기까지 1인 다역에 가깝게 소화해냈다. 작품‧여우주연상을 모두 받을 경우 2021년 ‘노매드랜드’ 프랜시스 맥도먼드에 이어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 수상 기록이 된다.
미국ABC "올해 아카데미 '알파 우먼' 이끈다"
앞서 엠마 스톤이 골든글로브(뮤지컬‧코미디 부문)‧영국 아카데미‧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에서, 릴리 글래드스톤이 골든글로브(드라마 부문)‧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나눠 가지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부문은 가장 예측이 어려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지난해 양쯔충(楊紫瓊‧양자경) 주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동양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감독상 등 7관왕을 석권한 데 이어 올해도 강인한 여성상이 아카데미 후보작 경향이 됐다는 현지 평가가 잇따른다. 미국 ABC 뉴스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강하고 성공적인 여성을 뜻하는 ‘알파 우먼’을 올해 아카데미 키워드로 꼽았다.
작품상 후보작 10편 중 여성 감독 작품도 역대 최다인 3편이다. 전형적인 미인 대명사 바비 인형을 소재로 페미니즘 주제를 그려 지난해 전세계 흥행 1위(총 매출 14억달러)에 오른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 한국계 이민 1.5세 셀린 송 감독의 반자전적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프랑스 감독 저스틴 트리에의 부부 법정 드라마 ‘추락의 해부’다.
96년간 처음 작품상 부문 여성 감독작 3편
남편의 추락사 사건을 피의자인 아내와 시각장애 아들의 시선으로 좇으며 한 부부의 삶을 파헤친 ‘추락의 해부’ 트리에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5명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1976년 이탈리아 영화 ‘7인의 미녀’ 리나 베르트 뮐러에 이어 비 영어권 영화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두 번째 여성이 됐다.
지금껏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은 ‘피아노’, ‘파워 오브 도그’로 두 차례 지명된 제인 캠피온을 비롯해 7명으로 그중 ‘파워 오브 도그’의 캠피온,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 등 3명만이 트로피를 안았다.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로 2018년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그레타 거윅의 ‘바비’가 미국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올해 감독상 후보에서 빠진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주상 '박빙' 65세 베닝, 미국 원주민 최초 수상 경합
올해 여우주연상 부문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상식 분석 사이트 골든더비의 수상 예측에서 1‧2위를 다투는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톤 만이 아니다.
65세 배우 아네트 베닝은 넷플릭스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에서 예순 생일을 기점으로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해상 165㎞ 종단 도전에 나선 미국 마라톤·수영 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의 실화를 CG(컴퓨터그래픽) 없이 훈련으로 빚어낸 수영 실력, 다부진 근육의 신체로 표현해내 후보에 올랐다.
넷플릭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캐리 멀리건도 동성애 성향의 저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고뇌하는 아내를, ‘추락의 해부’의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는 유명 작가이자, 사망한 남편의 아내 겸 용의자, 아들을 보호하려 애쓰는 어머니 역할을 섬세하게 연기해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반지하서 2층 간다며 웃었다…40대 남자 죽인 ‘종이 한 장’ | 중앙일보
- 檢, 장항준 감독 소환조사…카카오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 | 중앙일보
- 1억 넣으면 돈이 ‘투잡’ 뛴다…계좌에 ‘제2월급’ 꽂히는 법 | 중앙일보
- "맨얼굴 첫 공개"…한동훈, 안경 낚아챈 아기에 보인 반응은 | 중앙일보
- 손정의 동생, 왜 형 회사 샀나…그가 노린 건 ‘블랙핑크’다 | 중앙일보
- 전여옥 "김신영, 문재인 시계 자랑해서 잘렸다? 진짜 황당" | 중앙일보
- 푸바오 외할머니 中충격 근황…내장·뼈까지 다 전시됐다 | 중앙일보
- "저 집 다 보인다" 사방이 통유리…'판교 미분양' 주택의 반전 | 중앙일보
- ‘빨간피’ 넣던 롯데 변했다…등산 대신 보낸 ‘오캉스’ 정체 | 중앙일보
- "국내 10대 재벌 파묘했더니…" 대통령 염장이가 본 충격 장면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