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 작품·여주상 2관왕할까…여풍 거센 오스카

나원정 2024. 3. 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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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오펜하이머' 최다 13부문 후보
작품상 여성감독 후보 3편 최다
여성 주연·제작 후보작이 장악
영화 '가여운 것들'(6일 개봉)은 천재 과학자의 손에서 새롭게 되살아난 세상 하나뿐인 존재 ‘벨라’(엠마 스톤)의 눈부시게 아름답고 놀라운 환상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리스 출신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와 배우 엠마 스톤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이후 다시 뭉쳤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할리우드 스타 엠마 스톤이 작품‧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역대 두 번째 여배우가 될까. 아니면 사상 최초 미국 원주민 여우주연상 수상자(릴리 글래드스톤)가 탄생할까.
10일(현지 시간)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풍(女風)이 거세다. 전세계 9억 5000만달러(약 1조2795억원) 흥행과 함께 실존 ‘원자폭탄 과학자’의 전기를 그린 ‘오펜하이머’(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가 작품‧감독‧각색상 등 최다 1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오스카를 휩쓸 거란 관측이 나오지만, 작품‧감독‧여우주연‧남우조연‧각색상 등 11개 후보에 오른 엠마 스톤 주연‧제작 영화 ‘가여운 것들’(6일 개봉)도 주목 받고 있다.
‘가여운 것들’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투신 자살한 임산부가 천재 과학자에 의해, 자신의 복중 태아의 뇌를 이식해 부활한다는 설정부터 기막히다.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대표작을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화려하고도 기괴한 여성판 프랑켄슈타인 영화로 옮겨냈다.
‘라라랜드’ 이후 7년만의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노리는 엠마 스톤은 ‘가여운 것들’ 제작자로 작품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성인 여성의 몸으로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부터 자유로운 성생활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의 터부를 깨는 성장기까지 1인 다역에 가깝게 소화해냈다. 작품‧여우주연상을 모두 받을 경우 2021년 ‘노매드랜드’ 프랜시스 맥도먼드에 이어 아카데미 역사상 두 번째 수상 기록이 된다.


미국ABC "올해 아카데미 '알파 우먼' 이끈다"


지난해 5월 20일(현지시간) 제76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 시사회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왼쪽부터)과 릴리 글래드스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9·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탄투 카디날 등 출연 및 제작진들이 레드 카펫에 오르고 있다. 뉴스1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미국 원주민 문화를 그대로 살린 범죄 실화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기세도 만만찮다. 배우 릴리 글래드스톤이 미국 원주민 최초 여우주연상에 도전하고, 작품‧감독‧남우조연‧음악상 등 10개 후보에 호명됐다.
앞서 엠마 스톤이 골든글로브(뮤지컬‧코미디 부문)‧영국 아카데미‧크리틱스초이스어워드에서, 릴리 글래드스톤이 골든글로브(드라마 부문)‧미국배우조합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나눠 가지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부문은 가장 예측이 어려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지난해 양쯔충(楊紫瓊‧양자경) 주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동양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감독상 등 7관왕을 석권한 데 이어 올해도 강인한 여성상이 아카데미 후보작 경향이 됐다는 현지 평가가 잇따른다. 미국 ABC 뉴스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강하고 성공적인 여성을 뜻하는 ‘알파 우먼’을 올해 아카데미 키워드로 꼽았다.
작품상 후보작 10편 중 여성 감독 작품도 역대 최다인 3편이다. 전형적인 미인 대명사 바비 인형을 소재로 페미니즘 주제를 그려 지난해 전세계 흥행 1위(총 매출 14억달러)에 오른 그레타 거윅 감독의 ‘바비’, 한국계 이민 1.5세 셀린 송 감독의 반자전적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프랑스 감독 저스틴 트리에의 부부 법정 드라마 ‘추락의 해부’다.

96년간 처음 작품상 부문 여성 감독작 3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국계 주연 배우 그레타 리(왼쪽부터)와 셀린 송 감독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여우주연상, 작품상 및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연예매체 '콜라이더'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그레타 리도 “넷플릭스 영화 ‘러시안 인형’의 코미디 캐릭터를 넘어, 화면을 지배하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면서 “올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AFP=연합
여성 제작자가 만든 작품상 후보도 주연 배우 마고 로비가 기획‧제작까지 맡은 ‘바비’를 비롯해 ‘가여운 것들’, ‘오펜하이머’, ‘추락의 해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패스트 라이브즈’ 등 7편에 이른다.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성이 제작한 후보작이 최다(8편)를 기록한 해는 2019년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대표가 유색인종 여성 최초의 작품상을 차지했다고 버라이어티는 전했다.
남편의 추락사 사건을 피의자인 아내와 시각장애 아들의 시선으로 좇으며 한 부부의 삶을 파헤친 ‘추락의 해부’ 트리에 감독은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5명 중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1976년 이탈리아 영화 ‘7인의 미녀’ 리나 베르트 뮐러에 이어 비 영어권 영화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두 번째 여성이 됐다.
지금껏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은 ‘피아노’, ‘파워 오브 도그’로 두 차례 지명된 제인 캠피온을 비롯해 7명으로 그중 ‘파워 오브 도그’의 캠피온,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허트 로커’의 캐서린 비글로 등 3명만이 트로피를 안았다. 연출 데뷔작 ‘레이디 버드’로 2018년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그레타 거윅의 ‘바비’가 미국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올해 감독상 후보에서 빠진 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주상 '박빙' 65세 베닝, 미국 원주민 최초 수상 경합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왼쪽부터)와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 감독이 지난해 7월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영화 '바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뉴스1

올해 여우주연상 부문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상식 분석 사이트 골든더비의 수상 예측에서 1‧2위를 다투는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톤 만이 아니다.
65세 배우 아네트 베닝은 넷플릭스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에서 예순 생일을 기점으로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해상 165㎞ 종단 도전에 나선 미국 마라톤·수영 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의 실화를 CG(컴퓨터그래픽) 없이 훈련으로 빚어낸 수영 실력, 다부진 근육의 신체로 표현해내 후보에 올랐다.
넷플릭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캐리 멀리건도 동성애 성향의 저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의 고뇌하는 아내를, ‘추락의 해부’의 독일 배우 산드라 휠러는 유명 작가이자, 사망한 남편의 아내 겸 용의자, 아들을 보호하려 애쓰는 어머니 역할을 섬세하게 연기해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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