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1명 의대 증원' 신청 후폭풍…의대생 "군대 가겠다" 반발

서지원, 이후연 2024. 3. 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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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1명에 이르는 의대 증원 신청의 후폭풍이 대학 내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인원을 써낸 대학을 상대로 교수와 의대생이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증원’이라는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면 증원 준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교수협의회 참석하는 서울대 의대 교수들. 연합뉴스


의대생 “총장님, 강의실은 와 보셨습니까?”


6일 대학가에 따르면, 충북대 의대생들은 전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비상식적인 숫자를 써낸 고창섭 총장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의대 강의실과 실습 현장에 충분히 와 보시긴 하셨나. 의대 교육과 병원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의대 학장과 교수”라고 비판했다. 충북대는 현재 49명인 정원을 250명으로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정원이 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교원 수와 교육 시설, 기숙사 등으로는 각 대학이 신청한 2~5배에 달하는 인원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의대 교수는 “교수 1인당 학생 8~9명이 붙어 실습하는데, 내년에 인원이 더 늘어나면 80년대 수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억 단위가 넘어가는 장비와 자재 등을 마련할 계획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에 있는 한 의과대학 학생회관에 버려진 가운들. 연합뉴스


의대생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19일 시작한 동맹 휴학과 수업 거부 움직임은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많은 대학이 개강을 연기한 상태다. 의대가 있는 한 국립대학 교무처장은 “여름방학 없이 수업하더라도 3월 중순까지가 한계다. 이때까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집단 유급하게 되는데, 내년에 두 배 인원을 가르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원 50명 미만인 한 ‘미니 의대’의 학장은 “학생들이 유급을 감수하고 끝까지 가겠다고 통보했다. 군대에 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면담 오는 학생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한 사립대 의대 학장은 “수업 거부로 이번 학기 학사 일정에 차질은 당연하고, 다음 학기까지 휴학생이 많아지면 등록금 등 학교 운영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4일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 연합뉴스

“총장은 밀어붙이고, 책임은 교수가 떠안아”


의대 교수들도 대학 본부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 국립대 의대 교수는 “대학들이 써낸 3401명은 터무니없는 숫자다. 다른 국립대들이 증원을 많이 신청하는데 우리 학교만 적게 내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를 총장이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다른 의대 학장도 “총장들이 이번 기회를 잡으려다 학생들과 적이 되고 있다”며 “학생들을 교육하고 설득할 책임은 교수들이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하고 있다.연합뉴스


의료계는 의대 교수들의 이탈이나 사직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경상국립대에서는 의과대학 보직 교수 12명 전원이 ‘보직 사직원’을, 보직이 없는 교수 2명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의료원장과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전날에는 강원대 의대 교수들이 대학의 일방적인 증원 신청에 반발하는 삭발 투쟁을 했다. 전공의들이 사법 조치를 당한다면 교수들이 겸직 해제(진료 중단),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설문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교수보다 개원의 선호” 교수 구하기 막막한 대학들


증원에 맞춰 2025학년도를 준비해야 할 대학 본부도 막막한 상황이다. 늘어난 정원에 맞춰 교원을 더 뽑아야 하지만 단기간에 교수를 충원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의대 증원을 신청한 한 대학 관계자는 “이미 교수보다 개원의 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정부·대학·의료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구인난을 호소했다. 한 국립대 교무처장도 “하나씩 ‘세팅’을 맞추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전날에도 의대생들과 면담하는 등 의대 측과 더 접촉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지원·이후연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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