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감독 "김민재 못 해서 제외 아냐…하지만 다이어-더리흐트 조합으로 이기니까"

김준형 기자 2024. 3. 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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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준형 기자) 김민재의 이름은 선발 라인업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승리를 거뒀다.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은 6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준욱승팀 SS 라치오를 3-0으로 완파하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차전 라치오 원정에서 0-1 패배를 당하며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보란 듯이 홈에서 복수하며 8강에 올랐다.

이번 경기 전 화제가 된 것은 따로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 부동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이었다.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김민재를 대신해 마테이스 더리흐트, 토트넘에서 입지를 잃어 겨울 이적시장 때 이적한 에릭 다이어를 센터백 조합으로 내세웠다.

경기를 앞둔 전날부터 독일 현지에서는 김민재의 선발 제외를 예측했다. 독일 매체 '빌트'의 예상 선발 라인업에도 센터백 조합은 다이어와 더리흐트였고 다른 독일 매체인 '키커'와 '바바리안 풋볼 워크스' 역시 김민재가 벤치에 갈 것을 예상했다.

키커는 예상을 넘어 거의 주문 수준의 보도를 내놨다. 김민재는 안정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며 더리흐트와 다이어가 라치오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시즌 전반기 수비수들 줄부상에도 김민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방어선을 지켜내고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총 6경기 중 4경기 만에 1위를 확정지은 배경이 김민재의 수비력이 있지만 키커는 전반기 내내 드러냈던 냉랭한 시각을 뮌헨이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는 와중에도 그의 선발 제외를 외쳤다.

빌트는 훈련을 탐방한 뒤 깜짝 제외의 대상이 있다며 김민재가 빠진다고 알렸다. 



김민재의 선발 출전을 예상한 곳도 있었다. UE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에른 뮌헨과 라치오의 경기를 앞둔 5일(한국시간) 김민재와 다이어를 선발 센터백으로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기자회견에서 투헬 감독과 더리흐트가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김민재의 선발 제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기자회견은 선발로 나오는 선수가 참석하기 때문이다.

결국 김민재는 선발에서 제외됐고 그라운드에 1분도 나서지 못한 채 팀의 8강 진출을 바라만 봤다.

독일 매체 '스폭스'는 투헬 감독이 김민재의 선발 라인업을 제외한 것에 대해 "김민재를 선발 라인업에서 뺀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투헬은 이어 "지난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 승리할 때 더리흐트와 다이어가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다시 이 선택을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5일(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연패를 끊어냈다. 이전까지 김민재가 선발로 나선 분데스리가 2경기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포함해 3연패 중이었기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당시 센터백 조합이 더리흐트와 다이어였다.

공교롭게도 김민재가 빠진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다. 아시안컵 이후 김민재가 뛴 4경기에서 뮌헨은 1무 3패로 매우 부진했다. 반면에, 2월 김민재가 없는 경기에서는 리그 2경기와 오늘 경기까지 포함해 3전 전승을 거뒀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 독일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그의 이적료를 약 5,000만 유로(약 724억)였다. 이 금액으로 종전 손흥민이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 기록한 3,000만 유로(약 434억)를 가뿐하게 넘고 한국인 최고 이적료이자 아시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게 됐다.

그의 활약을 봤을 때 이 금액은 오히려 싸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김민재는 2022-23시즌을 앞두고 튀르키예 클럽인 페네르바체 SK에서 세리에A의 명문 클럽 중 하나인 나폴리로 이적했다.

이적한 뒤 그의 활약은 경이로웠다. 유럽 5대 리그에서 뛴 첫 시즌임에도 리그 35경기, UEFA 챔피언스리그 9경기를 포함해 총 45경기에서 뛰며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시즌 초반 리그에서 헤더로 2골까지 넣으며 득점력도 과시했다.


주전을 걱정했던 팬들에게 김민재는 능력을 입증하며 오히려 혹사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결국 김민재는 33년 만에 나폴리를 세리에A 정상에 올려놓았다. 시즌 시작 전 우승 후보에 들지 않았던 팀을 우승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는 나폴리의 전설인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한 1989-90시즌 이후 첫 우승이었다.

김민재 덕분에 나폴리는 새로운 역사를 또 하나 썼다. 팀 역사상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진출하며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에 김민재는 본인의 이름을 남겼다. 8강에서 세리에A 팀인 AC 밀란에 패하긴 했으나 8강까지 오른 것도 놀라운 성적이었다.

유럽 5대 리그로 넘어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김민재는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와 세리에A 베스트11에도 선정되며 자신의 주가를 올렸다. 수비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동양인 최초로 받은 것이라 매우 뜻깊은 상이었다.

나폴리는 김민재와 3년 계약을 맺었으나 주가가 오를대로 오른 김민재는 많은 명문 클럽의 타깃이 됐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이적설이 짙어졌다. 김민재의 계약에 이적 협상을 하지 않고 선수를 바로 살 수 있는 바이아웃 조항이 삽입된 것이 알려지면서 빅클럽들은 더욱 군침을 흘렸다.

김민재가 결국 선택한 곳은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가 이적하기 전부터 더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라는 정상급 센터백이 있었다. 그래서 김민재가 3 옵션이 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첫 리그 경기인 베르더 브레멘과의 선발 경기에서 우파메카노와 선발로 출전해 68분간 활약했다. 이후에도 더리흐트 대신 출전하는 경기가 많아졌고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조합이 주를 이뤘다.

우파메카노와 더리흐트가 부상으로 경기 출장을 하지 못할 때에도 김민재는 부상 없이 꾸준히 스쿼드를 지켰고 투헬 감독은 항상 김민재를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바이에른 뮌헨이 2023-24시즌 실점을 많이 하더라도 김민재는 독박 수비를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민재는 1월 아시안컵 직전까지 바이에른 뮌헨이 치른 24경기에서 21경기에 출전했고 초반 2경기를 제외하면 모든 경기 풀타임 출전이었다. 아시안컵에서도 조별 예선 3경기를 포함해 16강, 8강, 4강까지 전 경기 선발 출전해 혹사 논란에 휩싸였다.


아시안컵이 진행되는 동안 바이에른 뮌헨은 센터백 보강을 위해 토트넘 홋스퍼에서 후보 선수로 전락한 다이어를 데려왔고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출전시켰다.

아시안컵 이후 김민재가 돌아오고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김민재는 돌아오자마자 레버쿠젠과의 분데스리가 1, 2위 경기에서 다이어, 우파메카노와 함께 수비진을 형성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레버쿠젠에 0-3으로 패하며 레버쿠젠과의 격차가 벌어지며 리그 우승이 힘들어졌다.

김민재는 이후 치러진 라치오와의 16강 1차전과 보훔과의 리그 경기에 출전했지만 팀의 2연패를 막을 수 없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은 두 경기에 대해 김민재에게 7.4점, 7.2점으로 팀에서 2번째로 높은 평점을 줬다.

그 사이 토마스 투헬 감독에 대한 경질설이 돌기 시작했고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고 발표하며 팀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에게 휴식을 부여한 라이프치히 경기에서 연패에 탈출했고 지난 2일(한국시간) 프라이부르크와의 리그 경기에 김민재를 다시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하지만 프라이부르크와의 리그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연승 행진에 실패했다.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더리흐트와 다이어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소파스코어'는 더리흐트와 다이어에게 각각 7.8점, 7.3점을 부여했다. 상세 기록으로 보면 더리흐트는 2번의 클리어와 1번의 슛 블록,1번의 가로채기를 기록했고 기록했다. 다이어는 89개의 패스 중에서 85개를 성공시키며 96% 정확도를 자랑했다.

스폭스는 투헬 감독이 "김민재가 못하고 있어 경기에 빠진 것이 아니다"고 전했지만 김민재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음은 사실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준형 기자 junhyong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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