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도 되는 줄 알았다” 18세 소년범의 놀라운 변화

서지영 2024. 3. 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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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접하며 죄 뉘우쳤다”는 김기헌 대표
김원균 목사, “어린 아이들, 신앙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
김한나 간사와 김원균 목사, 우순애 사모, 김기헌 대표가 5일 선교회 사무실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땐 때리면 안 된다는 것도 몰랐었죠.”

과거를 회상하는 김기헌(43) 대표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비영리단체 희망커뮤니티를 이끄는 김 대표는 1997년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18살에 소년원에 송치됐다.

5일 경기도 군포 겨자씨선교회 사무실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 그는 “그야말로 암울했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아버지는 매일 주먹을 휘둘렀고 지친 어머니는 집을 떠나버렸다. 7살 무렵부터 친척 집을 전전한 김 대표는 학교에서도 ‘부모 없는 애’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더욱 거칠게 행동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소년원에서도 한동안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분노와 사회에 대한 울분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원에서 주일마다 종교 활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호기심에 기독교 활동을 신청했다.

비신자였던 김 대표에게 예배 시간은 곤혹스러웠다.

그는 “목사님이 성경 말씀을 뭐라고 이야기하시는데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가만히 있기 지루해 혼났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자꾸 우리를 이해한다는 게 가식 같고 듣기 싫었다”고도 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사람이 김원균(73) 겨자씨선교회 목사였다. 김 목사는 소동을 일으켜 혼나던 김 대표의 손을 잡아주며 “괜찮아, 괜찮아”라며 토닥여줬다고 한다.

김원균(왼쪽) 목사와 김기헌 대표가 5일 군포 겨자씨선교회 사무실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누군가 내게 ‘괜찮다’고 말해준 게 처음이었다”고 했다. 누군가에겐 한없이 사소한 말이지만 그에게는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다. 소년은 그 말과 따뜻함 때문에 주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김 목사는 “매스컴에선 연일 소년범의 끔찍한 범행에 대해 떠들어대지만 사실 이렇게 두려움과 외로움에 떠는 아이들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년원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결손 가정 아이들이고 가정 폭력에 노출됐던 1차 피해자”라며 “불우한 아이들 이야기에는 안쓰러워하면서 그와 비슷한 소년범에겐 비난만 퍼붓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김한나(40) 겨자씨선교회 간사도 “소년원에선 간식이 참 귀한데 아이들이 내내 가지고 있다 내게 건네준다”며 “그럴 때마다 기특하고 기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김 간사는 김 목사의 딸이다.

김 대표는 “그렇게 예배에 참석하다 보니 외계어 같던 성경도 들리기 시작했다”면서 “성경 말씀을 통해 내 삶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처음 알게 됐고 참을 수 없는 부끄러움과 후회에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김 대표는 김 목사 부부의 보살핌 아래 검정고시 통과 후 경기대 교육대학원까지 졸업했다. 체육교육을 전공한 그는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며 소년원 사역도 하고 있다. 또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사죄한다는 마음으로 비영리 봉사 단체에서도 일하고 있다.

김 목사의 부인 우순애(69) 사모는 “중학교도 중퇴하고 부모와 학교, 사회로부터 버려졌던 기헌이가 석사가 된 건 하나님이 주신 기적”이라며 “겨자씨선교회는 소년원생들이 성령으로 거듭나 천국 소망을 가지고 험한 세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소년원생들을 무조건 옹호하는 건 아니다. 김 간사는 “잘못된 행위에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처벌 과정에서 교화와 사랑이 없다면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냐”면서 “실제로 소년범의 재범률이 매우 높은데 그렇다면 이 아이들을 교화하고 바른길로 인도하는 게 사회 전체에 더 도움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1978년부터 소년원 사역을 하고 있는데 현재는 온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소년원에서 나온 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돌보기도 했는데 그 인원만 해도 600명이 넘는다.

그는 “부모도 학교도 사회도 버린 아이들을 나까지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주님께서 가난한 자와 옥에 갇힌 자를 돌봐 주는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을 새기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살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소년범들에게도 용서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마 6:14~15).”

군포=글·사진 서지영 인턴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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