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재벌 파묘했더니…" 대통령 염장이가 본 충격 장면
영화 ‘파묘’ 속 고영근(배우 유해진 분)의 실제 모델인 장의사 유재철씨가 영화 촬영 뒷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대한민국장례문화원 대표인 그는 30여년간 장례지도사로 일하며 전직 대통령 6명의 장례를 치러 ‘대통령의 염장이’로도 이름나 있다.
유씨는 지난 5일 공개된 스브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재현 감독을 처음 만난 때를 회상했다. 유 대표는 “4년인가 5년 전에 장 감독이 꼭 만나야겠다고 하더라. 유해진 씨가 역할을 한다길래 저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소(에서) 하는 것을 장 감독이 쫓아다니겠다고 하더라. 몇 번을 왔다. 되게 적극적이셨다. 와서 많이 배우셨다”고 했다.
영화 촬영장에도 유 대표가 동행했다고 한다. 그는 “유해진 씨가 관뚜껑 열어서 시계하고 귀금속, 목걸이를 주머니에 넣는 장면에서 내가 바로 옆에 있었다”며 “장 감독한테 ‘내가 저 양반이라며? 나는 저렇게 안 한다’고 했더니 ‘나중에 좋게 꾸밀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픽 웃었다”고 했다.
극중 유해진이 읽는 축문도 유 대표의 음성을 참고했다. 그는 “촬영하기 전에 (축문을) 녹음해달라고 하더라”며 “(유해진이) 많이 들었나 보더라. 아주 찰지게 잘 읽으시더라”며 웃었다.
유 대표는 영화에 등장하는 장례 풍습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파묘 전 가족들이 ‘파묘요’라고 외치며 무덤을 내리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놀라지 마시라는 뜻”이라며 “삽으로 ‘파묘요, 파묘요, 파묘요’ 하면서 3번을 파고, 가족들이 동서남북으로 한 삽씩 떠서 떼어놓는다. 그 다음에 우리가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묘 후 땅에 던지는 동전은 묘지를 여태 잘 썼다는 의미의 사용료 격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장 감독이 제가 10원짜리 3개를 사용료 조로 던지는 걸 보셨나 보다”라며 “(영화에서는) 10원짜리를 던지니까 흙 색깔하고 비슷해서 표시가 안 나니까 100원짜리를 던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극중에서처럼 파묘 뒤 관째로 화장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는 ”오래된 관이 있으면 끄집어내기도 힘들다. (보통은) 땅에 묻혀 있는 걸 뚜껑만 열고 유골만 모시고 옮겨서 나온다”며 “독특한 설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영화 속 전개를 반전시키는 요소인 ‘첩장’을 실제로 본 경험도 전했다. 양반집이나 잘된 집 산소 옆에 명당의 기운을 받기 위해 첩장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유 대표는 “3년 전 우리나라 10대 재벌 중에 한 군데서 연락이 왔었다. 거기 가서 (파묘) 작업을 했다”고 했다.
그는 “예전 사람들은 산소를 깊이 팠다. (그래서) 한 3~4m 폭으로 해서 깊이 팠는데 이쪽에 있는 흙이 쓰러지고 관이 딱 나오더라”며 “누군가 또 명당 기운을 받으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관은 깊이 약 2m와 1.5m에 약 50㎝ 차이로 첩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30년차 염장이지만 유 대표도 영화 속 인물들처럼 ‘묫바람’이 나기도 했다. 그는 “눈 감고 자려고 하면 누군가 위에서 쳐다보는 것 같았다. 꽤 선명했다”고 했다.
며칠 동안 이런 현상이 이어지자 아는 스님을 찾아갔더니 “야 인마, 염장이가 뭐 하는 거야. 네가 집착하니까 영이 못 떠나는 것”이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염을 마친 뒤 유 대표가 “아저씨 덕분에 전체 과정을 다 배우게 됐다. 좋은 데 가시라”고 했는데, 계속 고인을 생각한 탓에 고인이 이승을 떠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 다음부터는 염할 때도 그게 신조가 됐다”며 “그 순간만 열심히 살고 염 끝나고 나오면서 잊어버린다. 그러니까 몇 천번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염장이를 30여년이나 하게 될 줄 몰랐고, 그렇기에 처음에는 친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인을 모신 뒤 유족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과 자부심이 생겼고, 점차 유명한 스님이나 재벌집의 장례도 맡게 됐다.
그는 30년간 장례지도사로 일하며 얻은 깨달음에 대해 “누구나 다 죽는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 대표는 “나도 어느 한 순간에 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오늘이 제일 소중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쁘게 말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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