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반도체 대공습, 우방국 미국이 두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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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 두 가지가 재벌과 연예인 걱정이란다.
2022년 반도체지원법(CSA)으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하겠다며 전 세계 기업으로부터 600건이 넘는 투자의향서를 받았다.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한 미국 반도체 설계·제조·구매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원팀으로 뭉쳐 대공습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우방국이라고 우리 반도체를 챙겨주진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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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쟁 나설 준비도 못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 두 가지가 재벌과 연예인 걱정이란다. 어차피 잘 먹고 잘살아갈 사람들인데 그렇게 열심히 걱정해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쓸데없는 걱정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 한국 언론이 자주 하는 ‘삼성’ 걱정이다. “거창하게 얘기하더니 또 삼성이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삼성이 걱정된다. ‘아메리카 원팀’을 외치며 뭉치고 있는 미국이 두렵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하이엔드 AI칩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가 치고 나가는 가운데 최근 또 다른 미국 기업 인텔과 마이크론도 차세대 부품 양산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두 기업이 양산 소식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공개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모두 미국 기업이다. 첨단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써 줄 고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데 인텔과 마이크론에는 든든히 받쳐줄 자국 기업이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정부는 한술 더 뜬다. 2022년 반도체지원법(CSA)으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하겠다며 전 세계 기업으로부터 600건이 넘는 투자의향서를 받았다. 그런데 인제 와서 요청 금액이 예산보다 많다면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최근엔 자국 기업인 인텔에 100억달러를 우선 지급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한 미국 반도체 설계·제조·구매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원팀으로 뭉쳐 대공습에 나선 것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바로 40년 전 1984년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 이후 미국 기업의 반격에서 시작된 반도체 왕국 일본의 쇠망 과정이다. 1985년 6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일본 정부와 반도체기업을 반덤핑 혐의로 제소하며 일본 반도체 산업을 압박하자 레이건 정부는 플라자합의로 엔화를 고평가시키며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어 이듬해엔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 후 일본은 점차 반도체 왕좌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그때처럼 2024년 현재, 미국 정부와 기업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작은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것 같더니 점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펼치는 총공세엔 우방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전쟁에 나설 준비도 못 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 기업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일명 K-칩스법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의 일몰기한이 올해로 끝나지만 이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삼국지’ 저자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야무질 정도로 한국 이익에 민감해야 하고 현 세대 이상으로 한 세대 이후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더한 문제는 총선을 한 달 정도 앞둔 지금 이를 강력하게 이끌어갈 정치적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동안 미국이 쏘아 올린 반도체 전쟁은 더 격화하고 있다. 아직 결말을 예단하기 쉽진 않지만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있다. 미국이 우방국이라고 우리 반도체를 챙겨주진 않는다는 점이다. 40년 전 일본도 미국의 우방국이지 않았는가.
이은정 콘텐츠 매니저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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