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입틀막', 얼마나 감추고 싶은 게 많기에 이러나 [그 정보가 알고 싶다]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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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다 입이 틀어막힌 채 사지가 들려 쫓겨나는 일이 연거푸 일어났다. 이 수모를 당한 이들은 전라북도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지역구 국회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진보당 강성희 의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 졸업생 자격으로 참석한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었다.
이들은 해당 행사에 정당한 자격을 가진 참석자들이었고 단지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이야기하거나 'R&D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가 행사장에서 입이 틀어막히며 쫓겨난 것이다. 과잉경호, 심기경호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대통령실은 어처구니없게도 위해행위와 질서유지를 위한 정상적인 경호 활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끌어내는 소위 '입틀막'은 현 정부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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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 |
ⓒ 연합뉴스 |
제5조(정보공개 청구권자)
①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② 외국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박성민 의원안은 청구권자를 정의하는 제5조에 3항을 신설해 난데없이 청구권자의 의무가 추가한다.
③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자(이하 "청구인"이라 한다)는 공공기관에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정보공개청구 업무처리 시 공공기관은 청구인의 이전 청구와 같거나 유사해 동일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한해 정보공개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공공기관이 자신의 정보공개청구가 종결 처리된 사실과 이유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박성민 의원안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공공기관의 통지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제11조의2(반복 청구 등의 처리)
① 공공기관은 제11조에도 불구하고 제10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보공개 청구 대상 정보의 성격, 종전 청구와의 내용적 유사성․관련성, 종전 청구와 동일한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종결 처리 사실을 청구인에게 알려야 하고 그 이후 접수되는 반복 청구에 대하여는 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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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공공기관은 제11조에도 불구하고 제10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정보공개 청구가 제5조제3항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해당 청구를 종결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신설한 제11조2의 제4항에서는 앞의 제5조에서 신설한 청구인의 의무가 다시 언급된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되는 경우 청구를 종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보공개청구의 부당함이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가 어떤 경우인지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 권한이 전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받은 공공기관에 주어진다.
즉 최악의 경우에는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태도가 부당하다거나 정보공개청구의 내용이 과도하거나 청구정보의 양이 많다는 이유를 들면 거의 제한 없이 정보공개청구를 일방적으로 종결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민들의 의견수렴 거치지 않은 꼼수 청부입법
박성민 의원실은 개정 이유로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악의적인 반복·중복 청구 등 오·남용 사례로 인하여 공공기관 업무 담당자의 고충 및 행정력 낭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청구인의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를 금지하고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는 종결"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 이유만 보면 청구인의 과도한 요구나 악의적 청구 등이 상당히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2022년 공공기관에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는 181만 8425건이었다. 이 중 95만 37 3 2건은 종결되거나, 민원으로 이첩되거나, 취하된 건이었다. 접수된 청구 중 절반이 넘는 약 51%가 이렇게 비정상적인 청구로 청구처리 집계에서 제외된다. 박성민 의원이 이야기하는 행정력을 낭비시키는 과도한 요구와 악의적 청구도 바로 이 수치 안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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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구인 개인별 청구 건수 상위 10인의 정보공개청구 처리내역 정보공개청구를 가장 많이 하는 상위 10명의 종결 또는 부존재 처리 건수의 합이 45만 5713건에 이른다. |
ⓒ 행정안전부 |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공공기관의 종결처리 권한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해 정보공개청구권을 위축시키고 알권리를 후퇴시키려 한다. 더욱 음흉한 부분은 이 법안을 이미 행정안전부가 내부에서 작성·검토까지 마친 뒤 정부발의는 하지 않고 박성민 의원을 통해 청부입법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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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보면 정보공개제도에 '입틀막' 우려가 든다. |
ⓒ 픽사베이 |
현재 정보공개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의 악성·반복 청구일까? 실제 중요한 문제는 오히려 공공기관들의 정보은폐와 비공개 남용이다.
지금도 지나치게 포괄적인 비공개 조항들을 오남용하는 공공기관들 때문에 정당한 정보공개청구가 비공개 처분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직원명단을 비공개하는 대통령실,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를 비공개하는 검찰 등을 생각하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선명하다. 지금 박성민 의원과 행정안전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도 결국 청구인들을 향한 '입틀막'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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