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여론전까지…정부 “과학적 증원” vs 의협 “국가 자살”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의 여론전이 국외로까지 번지고 있다.
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글로벌 뉴스통신사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대 증원’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조 장관은 집단휴진에 나선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이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조 장관은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모든 한국 국민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 받는다”면서도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사직서 제출은 현행 의료법과 형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헌법상 보장된 자유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 사직서 수리 제한 등 행정명령은 집단 사직 등으로 명백히 초래될 국민 보건 위해를 방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의사 증원 정책 근거 역시 과학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계 등 사회 각계와 논의하고, 40개 의대의 수요 조사를 기반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도 이날 오후 3시 외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정책이 야기할 부작용에 대해 호소했다. 박인숙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기조발언을 통해 “의사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말씀드리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박 위원장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비가 급증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의료비가 늘어나면 건강보험 지출이 급증하면서 적립금 고갈 시기도 빨라지고 미래 세대는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이공계 인재 유출도 우려했다. 그는 “의대 증원의 직격탄을 맞을 분야는 이공계와 산업계다. 이미 기업, 연구소 등 다니던 직장·학교를 그만두고 의대 입시에 올인하는 젊은이들이 폭증하고 있다”며 “급격한 증원 때문에 대한민국 산업계가 망가지고, 이는 국가 자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의대 정원을 갑자기 2000명씩, 65%나 증원하는 것은 한 달 뒤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발표 타이밍을 보면 그 단서가 보이는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큰 격차로 참패한 뒤 의대 증원을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 전까지 전공의들의 복귀는 요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위원장은 “젊은 의사들에게 의료현장은 ‘창살 없는 감옥’이다. 의료현장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전망이 나쁘고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근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지지를 표하는 세계의사회의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의협이 이날 공개한 루자인 알코드마니(Lujain ALQODMANI) 세계의사회 회장의 영상에는 의대생 휴학과 전공의 사직을 두고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을 포함한 우리 동료들은 민주적 법규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권리를 평화롭게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개인적 사유의 사직을 저지하고 학교 입학 조건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 인권 침해이고, 대한민국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조치를 재고하고, 의료계에 가하는 강압적인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래 의사’인 의대생들도 해외에 지원을 요청했다.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KMSA)는 전날 세계의대생협회연합(IFMSA)에 “(한국) 정부가 점점 더 폭압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싸우는 동안 지원을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냈다. FMSA는 130개국 의대생 130만여명이 가입된 국제 학생단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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