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좌장' 홍영표 "민주당, '정치적 학살'로 끝없는 추락"
"이재명, 尹정권 심판 아닌 사당화 몰두"
'민주연대' 구성 총력…새미래 연대할 듯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정치적 학살'로 규정하며 '이재명 사당화'에 분노한다고 일갈했다.
홍 의원은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가 사라진 '가짜 민주당'을 탈당한다"며 "검찰 공화국이라는 거악에 맞서기 위해 온갖 부당한 일들 속에서도 버텨왔지만 부당한 공천이라는 막다른 길 앞에서 더 이상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이번 총선에선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하지만 심판하고 견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민주당은 총선 승리보다 반대 세력 제거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금 민주당은 소중한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다른 의견도 존중하고 서로 토론하고 조정했던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고, 도덕적·사법적 문제에 대한 대응은 '도덕적 우위'를 지켜온 민주당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의 공천을 '정치적 학살'이라고 규정하며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엉터리 선출직 평가부터 비선에서 한 것으로 의심되는 현역 배제 여론조사, 멀쩡한 지역에 대한 이유 없는 전략지역구 지정, 급기야 경선 배제까지 일관되게 '홍영표 퇴출'이 목표였다. 많은 후보가 원칙 없는 사당화를 위한 불공정 경선에 분노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홍 의원은 탈당 선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내일(7일)부터 빠르게 진전시킬 생각"이라며 "일단 '민주연대'가 함께 만나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 짓고, 적어도 다음주 초에 진로나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설훈 의원은 '민주연대' 구성을 통해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한 의원들을 모아 맞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7일 설 의원과 박영순 의원,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다.
민주연대 구성이 완료되면 탈당파 의원들은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총선까지) 30일 안에 어떤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민주당의 사당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미래 측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힘을 합해야 할 시기에 새로운 논쟁이나 혼선은 안 된다"며 "충분히 서로 대화를 하면서 (연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탈당 결심을 시사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온 데 대해서는 "광범위하게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여러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했다"며 "현실 정치에 직접 나서는 분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에 이 정도로 답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홍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민주당과 총선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말씀드렸고, (문 전 대통령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히셨다"고 전한 바 있다.
또 민주당 고문을 맡은 전직 총리들과의 소통 여부에 대해 "걱정해서 전화주고 그런 분들이 있다"고 했다. 다만 민주연대로 행보를 같이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만큼 새로운 판을 만드는 건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달 21일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비판하며, 이 대표를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작은 이익을 내려놔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었다.
한편 이날 홍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 반발하며 탈당한 의원은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이수진·박영순·이상헌·설훈 의원까지 6명으로 늘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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