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친구를 피하는 아이

2024. 3. 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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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피하기만 한다면 어떤 관계도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이때 단기적으로는 '거절로 인한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기술도 발달시킬 수 있고 친구를 만들 기회를 가질 수 있다.

J의 경우는 부정적 감정 경험을 두려워하여 상처받지 않기 위해 회피 행동을 선택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친구로부터 계속 고립되고 사회기술도 점차로 저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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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감정 관찰하는 연습 반복해야

사람은 누구나 상처받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피하기만 한다면 어떤 관계도 이루어지기가 힘들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J는 친구 사귀기를 힘들어한다. 어려서부터 친구에 관심은 많고 사귀고 싶어 하지만 주위만 맴돌고 다가가지를 못했다. 학년이 올라가면 나아지려니 생각했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위축되어 힘들어한다. 엄마는 도와줄 방법을 찾던 끝에 생일파티에 친구 몇몇을 초대해 보자고 제안했다. J는 용기를 내어 한 친구에게 초대장을 주며 이야기해보았으나 거절당했다고 하며 실의에 빠져 더욱 소극적으로 변해갔다.

J의 마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 살펴보자. J는 자신의 감정적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대신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마음이 작동한다. “나는 매력이 없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을 판단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기보다는 그렇게 말하는 마음을 문자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반응한다. 그런 생각, 감정을 거리를 두고 알아차리기보다는 그 감정과 생각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다시 말해 “나의 판단하는 마음이 이것을 판단할 수 있는가? 또 다른 관점이 있는가?”라는 폭넓게 받아들이고 질문을 하거나 대안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대신 상처받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해 그 관계를 피한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친구를 만들 수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이 심해진다.

그럼 다른 대안 무엇일까? ‘“정말 속상해”라는 감정이 올라오네’ 다음으로 ‘“나는 매력이 없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평가하는 마음이 올라오네’라고 감정과 생각을 관찰해보자. 감정과 생각을 관찰하는 것, 알아차리는 것과 그 감정, 생각에 빠져있는 것의 차이를 느껴보시라.

이는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다.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또 자기를 판단하는 관점은 때로는 유용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 생각과 관점은 자기의 일부이며, 버스에 승객이 타고 내리듯, 오고 가는 것임을 기억하자. 자신은 그 버스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이 아니고 버스를 운전하는 운전기사임을 잊지 말자. ‘친구와 사귀기’라는 목적지를 위해 버스를 운전해 가면 된다.

목적과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잊지 말자. 괴로움이라는 반갑지 않은 버스의 승객과 다투거나 싫으니 내리라고 강요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없다. 괴로움을 감수하고 그것을 지닌 채 그것에 싸우거나 반응하지 않기로 하자. 괴로움 감정이 힘들지만 두려워 그 관계를 피하지 않는다. 회피하지 않고 친구에게 초대를 왜 거절했는지를 묻는다면 그 친구 나름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아니면 진짜 J가 싫을 수도 있다. 이때 단기적으로는 ‘거절로 인한 상처’를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기술도 발달시킬 수 있고 친구를 만들 기회를 가질 수 있다.

J의 경우는 부정적 감정 경험을 두려워하여 상처받지 않기 위해 회피 행동을 선택하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친구로부터 계속 고립되고 사회기술도 점차로 저하된다. 때로는 부모조차도 아이가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정서적인 과잉보호를 하며, 아이의 회피 행동을 강화하기도 한다. J의 행동과 대안적인 행동과 차이는 부정적인 자기개념 때문에 행동이 휘둘리느냐 아니면, 그 생각을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다양한 행동의 전략을 실용적인 관점에서 비교해보고 자신의 가치에 맞는 행동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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