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일본경제에 대한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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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주식시장 급등의 주된 이유는 실물경제 개선과 거리가 멀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나 주주 친화 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주가 상승은 초저금리와 엔저가 지정학적인 선택과 어울려 나타난 현상이다.
장기침체 속에서 해외 생산거점을 늘린 일본은 현재 2만5000개 이상의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있으며, 일본 전체 제조업 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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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와는 거리 먼 주가 상승
국민 생활 수준은 급격히 하락세
일본 증시가 달아오르고 있다. 도쿄 증시가 34년 만에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일본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일본 주식시장 급등의 주된 이유는 실물경제 개선과 거리가 멀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나 주주 친화 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주가 상승은 초저금리와 엔저가 지정학적인 선택과 어울려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의 엔저를 유도한 일본의 양적 완화는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이후 2013년부터 시작됐다. 1달러당 엔화의 가치는 2012년 말 86엔에서 2024년 144엔으로 하락했다. 그때부터 계산하면 주가는 세 배 넘게 올랐다. 물론 수출기업의 이윤은 높아졌다. 일본 상장 기업의 순이익은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장기침체 속에서 해외 생산거점을 늘린 일본은 현재 2만5000개 이상의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있으며, 일본 전체 제조업 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 덕분에 연결 수익이 크게 늘기는 했지만, 엔으로 환산된 이익은 크게 부풀려져 있다. 엔화 급락이 기록적인 기업 이익 창출로 이어졌다면 여기에 마침 격심해진 미국과 중국의 마찰은 중국에 대한 투자의 대안으로 일본이 선택된 배경이다. 중국을 떠난 투자금이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일본 증시의 상승 랠리를 견인하는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다. 주식 거래량의 약 70%는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개인투자자는 20%에 못 미친다.
일본은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가 분리된 사례다. 경제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일본경제는 지난해 3분기에 -3.3%, 4분기에는 -0.4%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 국민의 생활 수준은 오히려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일본 노동자들의 지난해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2.5% 감소했다. 작년만의 일도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일본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10% 이상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인당 국민소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본 직장인의 달러 기준 평균연봉은 우리나라보다 적다. 경쟁력 측면에서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낮은 국민소득이 경제성장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낮은 소득은 소비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따지고 보면 일본 주식시장의 회복이라는 것도 이제야 34년 전의 주가로 돌아온 것뿐이다. 세계 경제는 그동안 규모가 3배로 커졌다. 지난 34년간 미국의 S&P 지수는 14배로 높아졌고 심지어 우리의 코스피 지수도 3배가 올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지면 34년 동안 우리나라는 5배로 뛰었고 미국은 3배로 늘었다. 그러나 일본은 불과 36%가 늘었다. 세계 경제에서 15%의 비중을 차지하던 일본의 GDP는 지금은 5% 수준으로 줄었다. 1989년에는 시가총액으로 세계 50위 이내에 일본 기업이 32개나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도요타 한 회사가 외롭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경제가 조금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체질 개선은 아직 멀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4%대였던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023년 0.25%까지 떨어졌다. 생산인구의 감소와 생산성 상승률 저하 탓이다.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는 되돌리기 힘들다. 결국 언제 어디서나 혁신이 문제다.
엔저 덕분에 일본의 많은 기업이 손쉽게 환차익을 얻고 있지만 경제의 지속 성장은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행운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2013년 이후 일본이 기록한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0.7%에 불과하다. 경제성장 없는 주식시장의 활황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필요한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구조조정과 혁신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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