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사랑했기에 가질 수 있는 슬퍼할 자격
부모님의 질병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사별을 겪는 자녀들은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9세 미만의 아동기 연령이나 죽음에 대한 개념이 정확치 않은 경우, 그리고 아프기 전 부모와의 애착의 질에 따라 사별에 대한 충격의 정도가 달라집니다.
남겨지는 가족들이 심리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사별이라는 사건이 충분한 애도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이후의 삶 속에 위험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임종 이후에 시작되는 애도가 아닌 아직 말할 수 있고 눈을 맞추고 웃을 수 있고 손을 잡아 온기를 나눌 수 있을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을 위해 또 부모를 떠나보낼 아이들을 위해 저는 환자의 병상에서도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아이들을 병원으로 초대하곤 합니다. 어린 자녀들이 오가는 병상을 보시고는, 이제 막 병동에 입원하신 60대 환자분이 “우리 막내 아기랑도 저런 작업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환자분과 약속한 시간에 병상으로 찾아갔을 때 환자의 막내 아기를 보고 살짝 웃음이 났었는데요. 침대 옆에는 키가 190이 넘는 큰 키의 건장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머, 막내 아기 오신 것 맞나요?”하고 물으니, 아드님은 “엄마, 또 나를 아기라고 했어?”라고 투정했습니다. 환자분은 “선생님, 얘가 키만 컸지 완전 아기예요. 이제 막 대학 졸업한 아기!”라고 하시며 웃었습니다.
환자분은 딸만 셋 낳고 살다가, 본인이 거의 50살이 되어 낳은 자식이라서 그런지 딸들에 비해 추억이 적다며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결혼하는 것도 보고 며느리에게 반찬도 많이 해주는 시어머니가 되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돈 많이 벌어놔서 결혼할 때 강남에 좋은 아파트도 얻어주고 싶었는데 그런 것도 못해줘 많이 미안하다며 끝없이 사과만 하셨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부모의 마음은 다 그런가 봅니다.
부모와의 사별 이후 일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도움을 받기 위해, 사별가족 모임에 나오는 자녀들이 있습니다. 부모와 사별한 자녀들은 연령별로 집단을 나눠 본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별가족 모임에서 많이 나누는 이야기는 ‘관계상실’에 대한 겁니다. “우리 아빠가 죽은 거지, 없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친구들이 ‘이제 넌 아빠 없지?’라고 얘기할 때 마음이 너무 이상해요.”
부모의 사별을 겪은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는 것은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아주 긴 여행을 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 길에서 넘어지는 날도, 눈물이 나는 날도 있지만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울어도 된다, 당연히 슬픈 일이고 눈물이 나는 것 또한 당연하다, 화가 날 수도 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대학을 졸업한 건장한 청년도 엄마에게는 아기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엄마의 아기’로 살아갑니다. 하물며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와의 사별은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리니까 몰라도 된다고 하지 마시고 죽음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고, 임종과 장례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세요.
저는 아이들과 사별모임을 마무리할 때 ‘나무되기’ 놀이를 합니다. ‘내가 만약 나무라면?’이라는 상상을 하며, 나무처럼 서 있는 놀이이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나무는 어떤 변화를 겪는지 생각하면서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러면서 너무 추울 때에도, 너무 더울 때에도 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아이는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으며 나무처럼 성장하겠지요.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슬퍼할 자격이 있습니다. 충분히 슬퍼하고 나면 인생을 살아가는 긴 여정에 힘이 생깁니다.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마음껏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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