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위 기이한 100m 거울 깜짝…기네스도 반한 타임머신 도시
최승표 2024. 3.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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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베일을 벗다 ②알울라
현재 사우디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행지는 단연 알울라(Alula)다. 알울라는 사우디 북서부 사막 지역에 자리한 도시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대 유적, 기기묘묘한 바위, 오아시스와 중세 마을이 어우러진 신비한 사막이다. 오랫동안 사우디 왕가는 이슬람 정통성을 중시했던 탓에 선지자 무함마드(570~632) 이전의 역사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알울라 지역 고대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뒤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고 금세 사우디를 대표하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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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 through time(시간 여행).”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알울라공항에는 이런 문구가 크게 걸려 있었다. 문자 그대로 수백, 수천 년 전으로 여행객을 초대하는 주문 같았다.
이슬람 역사보다 오래된 돌무덤
“Journey through time(시간 여행).”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알울라공항에는 이런 문구가 크게 걸려 있었다. 문자 그대로 수백, 수천 년 전으로 여행객을 초대하는 주문 같았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2010년 사우디 최초로 세계유산이 된 헤그라(아랍어는 마다인 살리) 유적지부터 찾았다. 미국 콜로라도 고원지대의 국립공원 같은 풍광이 펼쳐졌다. 웅장한 바위산과 협곡만으로 이미 압도당한 기분이었다.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고대인들이 바위를 파서 만든 무덤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웃 국가인 요르단의 페트라가 떠올랐다. 가이드 ‘누라’가 설명했다.
“맞습니다. 페트라를 만든 고대 나바테아 문명의 작품이죠.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한참 전인 기원전 1세기부터 서기 1세기 사이에 만든 무덤이 110개가량 남아 있습니다.”
헤그라는 고대 아라비아 반도, 아시아, 지중해 지역의 주요 교역로였다. 하여 건축, 문화예술, 종교까지 다양한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 독수리 문양 등 화려한 돌무덤 파사드부터 바위산 안에 수로, 우물 등을 만든 걸 보면 고도의 건축술을 갖췄다는 걸 알 수 있다.
헤그라는 고대 아라비아 반도, 아시아, 지중해 지역의 주요 교역로였다. 하여 건축, 문화예술, 종교까지 다양한 문명의 영향을 받았다. 독수리 문양 등 화려한 돌무덤 파사드부터 바위산 안에 수로, 우물 등을 만든 걸 보면 고도의 건축술을 갖췄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시 2000년의 시간을 건너뛴다. 헤그라 인근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현대 건축물도 있다. 2019년 완공한 공연장 ‘마라야’다. 마라야는 아랍어로 거울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외장이 전부 거울로 덮여 있다.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100m에 이르고 높이는 26m에 달해 기네스 최대 거울 건물로 인정받았다. 거대한 거울은 주변 바위산을 색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사막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보다 훨씬 신비롭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러 각도로 사막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거울이 이렇게 훌륭한 놀거리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마라야 주변에는 최근에 들어선 반얀트리, 하비타스 같은 럭셔리 호텔도 많다. 야외수영장에서는 비키니 차림으로 휴식을 즐기는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른 도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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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사막의 밤
알울라에는 고대 나바테아인만 살았던 건 아니다. 계곡지대 오아시스 주변에는 지금도 약 4만 명이 산다. 알울라 올드타운은 중세 때부터 비교적 최근인 50~60년 전까지 많은 사람이 살던 동네다. 전기, 수도 시설 때문에 주민 대부분은 다른 마을로 옮겨갔고 지금은 알울라의 과거를 보여주는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드타운에는 전통 가옥이 그물망처럼 엉겨 있다. 무덥고 건조한 날씨 탓에 아카시아 줄기와 야자 잎, 진흙으로 만든 복층 집이 약 900채에 달한다. 마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미로 같은 골목을 둘러보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성채에 올라서 마을을 굽어보니 또다시 수백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기분이 들었다.
올드타운에는 전통 가옥이 그물망처럼 엉겨 있다. 무덥고 건조한 날씨 탓에 아카시아 줄기와 야자 잎, 진흙으로 만든 복층 집이 약 900채에 달한다. 마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미로 같은 골목을 둘러보고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성채에 올라서 마을을 굽어보니 또다시 수백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기분이 들었다.
올드타운을 둘러본 뒤에는 서울 인사동처럼 최근에 조성한 상점가를 둘러봤다. 식당과 카페, 기념품점이 대부분인데 주변 바위산과 어울리도록 마을 전체를 디자인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미관을 헤치는 에어컨 실외기조차 전부 갈색 덮개로 가려뒀다.
알울라는 밤이 더 환상적이다. 코끼리바위가 최고의 야경 명소로 꼽힌다. 52m 높이에 이르는 코끼리 모양 바위를 밤마다 화려한 조명이 비춘다. 이게 다가 아니다. 바위 앞에 있는 야외 카페에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위의 빛깔을 감상한다. 와인 한 잔이 간절한 사람도 있겠으나 사우디에서는 음주가 불법이다. 대신 물담배는 피울 수 있다.
별 관측 투어도 인기다. 알울라 시내 어디에서도 별을 볼 수 있지만 빛 공해가 없는 외곽으로 나가야 깨끗한 밤하늘을 볼 수 있다. 차를 타고 1시간, 가라멜 지역으로 이동했다. 온갖 모양의 돌기둥이 서 있는 평원 지대 한편에 마련된 좌식 소파에 몸을 기댔다. 고개를 드니 수백만개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낭랑한 목소리의 여자 가이드가 별자리를 설명했다. 별 이름의 40% 이상이 아랍에서 기원했다는 말도 흥미로웠다.
“유목 생활을 한 우리 조상들에게 별은 정말 중요했습니다. 여러분도 힘들 때 사막으로 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모든 답이 거기 있습니다.”
은하수 사이로 번쩍 별똥별이 휙 스쳐 갔다. 이 순간이 꿈 같았다.
“유목 생활을 한 우리 조상들에게 별은 정말 중요했습니다. 여러분도 힘들 때 사막으로 가서 밤하늘을 올려다보세요. 모든 답이 거기 있습니다.”
은하수 사이로 번쩍 별똥별이 휙 스쳐 갔다. 이 순간이 꿈 같았다.
알울라(사우디아라비아)=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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