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만드는 회사? 거기 변했다” 엔비디아 향한 충격 발언
실리콘밸리가 본 ‘초격차 플랫폼 전쟁’
■ 경제+
「 미국 컬럼비아대 애덤 투즈 교수(경제사)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스타로 떠올랐다. 국내에 번역·소개된 책만도 『붕괴』와 『대격변』 『셧다운』 세 권에 이른다. 최근 투즈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개념을 입에 올렸다. ‘자본의 집중’이다. 글로벌 증권 시장에서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M7)의 시가총액이 주요 나라를 능가하는 현상을 두고 자본의 집중이라고 했다. M7은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일컫는다. 왜 단 7개 종목 시가총액이 어지간한 나라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 현상이 벌어질까. 이 궁금증은 ‘증시 쏠림 현상’ 같은 말로 풀리지 않는다. 좀 더 체계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2040 위대한 격차의 시작』을 쓴 아짐 아자르를 화상으로 만났다.
」
1. 빅테크 ‘네트워크 효과’…전통적 시장 법칙 초월
아자르는 실리콘밸리 창업자이면서 벤처투자자다. 그는 “기하급수의 시대엔 1등이 아니면 꼴등에 가까운 2등일 뿐”이라고 진단해 월가의 주목을 끌었다.
Q : 원서 제목이 ‘기하급수의 시대(Expon ential Age)’인데 무슨 뜻인가.
A :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내가 만든 말이다. 요즘 디지털 기술과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 기술 등이 제조업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덕분에 제품 가격이 해마다 10~40%씩 떨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혁명적으로 바뀌어 10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Q : 그렇다면 ‘기하급수적 격차(Expone ntial Gap)’는 무슨 뜻일까.
A : “기하급수적 성장이 낳은 격차다. 현재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은 옛 기술과는 다른 파장을 낳고 있다. 전혀 새로운 위너(승자)가 탄생하고 있다. 이는 곧 옛 기술에 의존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루저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LG화학은 전통적인 제조회사다. 이런 회사의 순이익 등은 한계체감한다.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면 이후엔 커지는 속도가 줄어든다.”
아자르가 언급한 ‘올드 컴퍼니 LG화학’은 2020년 12월 2차전지 사업을 물적분할한 이후 상황을 이야기한 것이다.
Q : 기하급수의 시대 기업은 한계체감 법칙에서 자유롭다는 말인가.
A : “그렇다. 페이스북(메타)이나 구글은 네트워크 효과(한 소비자가 다른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하는 현상)를 누린다. 매출 등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면 더욱 커진다. 게다가 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영역도 무제한이다. 애플이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만들어 팔면서 뮤직과 영화도 서비스하고 있다. 요즘 디지털 테크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인 이유다.”
Q : 그래서 ‘기하급수의 시대엔 1등이 아니면 꼴등에 가까운 2등’이라고 했는가.
A : “글로벌 콜라 시장 1등인 코카콜라의 시장점유율은 51%고, 2등인 펩시는 38% 정도 된다. 전통 산업에서 1등과 2등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는 않다. 자동차와 항공업 등 전통적인 시장에서 시장을 95% 정도 차지한 곳은 거의 없다. 반면에 소셜네트워킹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 한 기업이 95% 정도를 장악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테크 등 신기술이 낳은 차이가 기하급수적 격차다.”
Q : 투자자는 기하급수적 격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 “기하급수의 시대엔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기자가 투자자라면 1등인 구글에 투자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구글 대신 2등에 투자하면 투자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2등이 어떤 기업인지 알기도 어렵다(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다).”
2. 초격차 시대 핵심 ‘기술’…1등이 시장 95% 차지해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이름이 알려진 펀드매니저들은 2023년 초부터 미국 M7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 바람에 한국 등 여러 나라 증시가 소외됐다.
Q : 애플의 비즈니스 영역이 무제한적이라고 했는데, 한국 대기업도 기하급수의 시대 위너인가.
A : “애플이나 한국 재벌 모두 문어발식 구조다. 한국 재벌은 회사 이름과 경영 구조를 공유한다(특정 가문의 지배를 받는다). 계열사끼리 거래해 자본 비용을 분담한다. 반면에 애플 같은 디지털 기업은 회사 이름이나 경영진을 같이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자산인 디지털 인프라와 고객 데이터 등을 공유한다.”
Q : 기술이 기하급수적 격차를 만드는 핵심인 듯하다.
A : “인간은 기술을 오해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기술을 단순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 바람에 기술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술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얘기다. 게다가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Q :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얘긴가.
A :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싶다. 기술이 낳은 가치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술이 개발되고 채용되는 과정이나 방법에서 누가 이익을 얼마나 누릴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때 여러 기술이 경제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기술이 낳은 가치의 대부분이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에게 돌아갔다.”
Q : 플랫폼 기업이 기하급수의 시대 상징이라고 했던데,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차세대 플랫폼 기업을 추천해줄 수 있나.
A : “두 가지를 예로 들고 싶다. 하나는 엔비디아를 주목해야 한다. 이 회사가 그래픽칩을 만드는 회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CUDA(쿠다)는 그래픽 처리장치(GPU)에서 수행하는 병렬처리 알고리즘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툴이다.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쿠다를 써야 하고, 쿠다를 쓰면 엔비디아 칩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사람들이 울타리 안에 머물도록 하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구글이나 애플처럼 강력한 플랫폼은 아니다. 하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3. 엔비디아도 플랫폼 기업…바이오서 수퍼스타 임박
Q : 또 다른 미래 플랫폼은 무엇인가.
A : “바이오 분야에서 의미심장한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는 것을 보게 될 전망이다. 최근 30여 년 동안 인간은 유전자 암호를 푸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바이오와 제약 기술의 상당 부분이 IT로 바뀌었다.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바이오 회사가 소프트웨어 회사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조만간 블록버스터급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가 등장해 기하급수의 시대 위너, 즉 수퍼스타급 기업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아짐 아자르=파키스탄 출신 부모를 둔 영국인이다. 30여년간 테크 기업 4개를 창업했고, 스타트업 30여곳을 발굴해 투자했다. 몇 곳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에 인수됐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글로벌 기술 플랫폼 ‘익스포넨셜 뷰(Exponential View)’를 운영하며 뉴스레터를 제공하고 있다.
■ 전세계 돈의 흐름, 그 맥을 짚어드립니다. 통계·지표만으로 받아쓰는 기사를 넘어, 글로벌 전문가들을 직접 인터뷰해 분석과 해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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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아니면 꼴찌 가까운 2등” 초격차 ‘플랫폼 전쟁’ 터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1783
“전기차 사기 게임은 끝났다, 테슬라? 100년 전 포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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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역전은 침체 신호” 그 상식이 박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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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것 때문에 망할수도” 외환위기 부를 변수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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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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