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영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내수 회복 다급한 中… 모바일 결제 규제까지 풀어 관광객 러브콜

송세영 2024. 3. 6.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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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제 연휴 이튿날인 지난달 18일 베이징역 앞 광장에서 짐 가방을 든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8일 동안의 올해 춘제 연휴 기간에 중국 내 여행객이 1년 전에 비해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비자 면제국 확대 이어 또 문턱 낮춰
신분확인 간소화·카드 연동 추진

경기회복 효과 큰 관광산업 주목
관광지·철도역 등 매표소도 확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면제국을 확대했던 중국이 또 한 번 문턱을 낮췄다. 이번에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시스템 규제를 완화했다. 중국은 신용카드를 건너뛰고 ‘캐시리스(cashless)’ 사회로 진입했다고 자랑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나 방문객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에겐 모바일 결제도, 신용카드 결제도 안 돼 현금을 들고 다녀야 하는 ‘캐시 온리(cash only)’ 사회일 뿐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장칭쑹 부행장은 지난 1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국인들이 중국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을 사용할 때 신분 확인이 까다롭고 해외 카드와 연동되지 않아 성공률이 낮았다”며 신분 확인 절차 간소화와 카드 연동의 효율성 제고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등을 위해 관광지 및 철도역 등의 현장 매표소도 확대키로 했다. 이런 곳의 예약·발권도 모바일 결제 앱이나 위챗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외국인은 접근하기 어려웠다.

중국 문화여유부 스저이 부국장은 “외국인들이 인터넷 예약을 하지 못해 관광지나 명승지에 가도 입장권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유인 창구를 통해 현장에서 입장권을 판매할 것”라고 밝혔다. 교통운수부 가오보 부국장도 “인터넷을 통해 승차권을 못 사는 외국인이나 노인들을 위해 역마다 매표 창구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모바일 결제 선도국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는 모바일 결제가 일상 소비생활은 물론 금융·통신·대중교통 등 대부분의 영역에 적용된다. 지폐나 동전, 플라스틱 카드가 필요 없어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편의성·투명성·신속성·정확성 면에서도 뛰어나다.

하지만 신분 확인 시스템이 까다로운 데다 대부분의 결제 시스템은 중국 휴대전화 번호를 요구한다. 해외 카드와 연동이 제한돼 있어 중국 은행에 계좌가 없으면 사용처가 제한된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도 적어 외국인은 현금을 갖고 다닐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통용은 되지만, 비중이 워낙 낮다 보니 거스름돈이 없는 곳이 많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권은 여권 등으로 신분 확인을 거쳐야 구매할 수 있다.

중국이 보수적으로 운용하던 모바일 결제 시스템까지 손을 보는 것은 침체된 내수 활성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났지만, 부동산 거품과 공급망 갈등으로 경기 회복은 부진하다. 내수 시장 부양 효과가 큰 관광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다.

엔데믹 첫해인 지난해 중국의 내·외국인 관광객 추이는 엇갈렸다. 2023년 중국의 내국인 관광객 수는 48억9100만명으로 전년보다 23억6100만명(93.3%) 증가했다. 이들이 사용한 여행비용은 총 4조9100억 위안(약 909조원)으로 전년 대비 2조8700억 위안(537조원, 140.3%) 늘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는 미미하다. 중국은 2019년 이후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출입국 통계를 근거로 추정은 가능하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입출국한 외국인은 354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봉쇄기였던 전년 대비 693.1% 증가한 것이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9767만5000만명의 36%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비즈니스나 학업 등을 위해 방문한 외국인도 포함돼 있어 실제 관광객은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중국은 세계적 관광대국이었다. 2019년 66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해 프랑스, 스페인,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제로코로나 정책 여파로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중국은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최대 15일간 비자 면제 혜택을 부여했다. 싱가포르, 태국과도 비자 면제 정책을 도입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비자를 전면 면제받는 국가는 지난달 기준 5개 대륙 23개국에 달한다. 한국 등 12개국에 대해선 비자 수수료를 25% 인하했다. 지난 1월에는 도착비자 제도를 완화하는 등 5개 항의 비자 관련 규제 개선조치도 내놨다.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광명망은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의 데이터를 인용해 2024년 춘제 입국 항공권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약 819%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춘제 연휴 8일 동안 입국 여행 주문은 2019년 대비 48% 증가했고 입국 관광객 수는 약 323만명으로 집계됐다.

비자 관련 규제 완화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선 등은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받지만, 외국인의 중국 관광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들은 이 밖에도 많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내 휴대전화 번호가 없으면 서비스가 제한되고, 카드 결제 가능한 곳이 여전히 부족하다. 비자 신청 때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요구하고 외국인은 숙박 장소를 신고해야 하는 주숙등기 제도가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최근 강화된 반간첩법과 국가기밀법에 따른 불안도 해소해야 한다.

이들 중에는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관료주의적 규제가 많다. 관광대국 위상을 되찾으려는 중국이 더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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