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도 못 받는 외과수술…전문의 못 뽑으니 전공의에 매달린다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입력 2024. 3. 6. 00:30 수정 2024. 3. 6.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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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000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이탈해 복귀하지 않고 있다.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진료 이탈이 장기화하고 있다. 정부의 어떠한 압박도 겁내지 않는다. 수술이 무기 연기된 암·심장병 등 중증환자의 불안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 때는 참의료진료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은 지켰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다 빠져나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4일 공개한 '세계 톱 250위 병원'에 서울아산·삼성서울 등 17개가 뽑혔다. 일본(15개)보다 많다. 한국의 대형병원이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지만, 전공의 파업에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전공의 줄여도 미·일의 4배


2000년 전공의 파업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공의가 많은 서울대·세브란스 등 8개 대형병원의 2010~2023년 의사 구성을 분석해보니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2010년 51.3%에서 40.8%로 줄었다. 전문의는 약간 늘고 전공의는 줄었기 때문이다. 2010년 전문의가 3359명에서 2023년 4858명으로 늘었다. 병원당 한 해에 14.4명 느는 데 그쳤다. 전공의는 정부의 축소 정책에 따라 8.2% 줄었다. 주요 병원 중 전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데는 경북대병원으로 54.03%(2023년)에 달한다. 2010년(55.3%)과 유사하다. 전공의가 가장 많은 데는 서울대병원(738명)이다. 전공의 비율은 13년 새 51.2%에서 46%로 약간 줄었다. 국내 최고 병원이라지만 전공의 저임금에 의존하는 전근대적 구조를 깨지 못한다.

「 8대병원 13년 의사구성 분석
병원당 전문의 연 14명만 증가
후진적 구조 바꿀 마지막 기회
"원가 100% 묻지마 보전해야"

2023년 8개병원의 전공의 비율이 40.8%로 줄었다 해도 뉴스위크 평가 세계 1위 병원인 미국 메이요클리닉(로체스터 본원, 10.9%), 도쿄대 의학부 부속병원(10.2%)보다 월등히 높다. 뉴스위크 평가 2위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은 의사(의과학자 포함)가 5658명인데, 지난해 뽑은 레지던트가 217명에 불과하다. 이런 데는 전문의 중심으로 움직인다. 전공의는 피교육생 신분일 뿐이다.

차준홍 기자

이상한 수가제도 20년 방치


건강보험 한 해 지출은 2010년 35조원에서 2023년 93조원으로 급증했다. 돈을 적지 않게 쓰는데도 전문의가 늘지 않는 이유는 수가 구조 왜곡 때문이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외과 수술 수가를 올렸는데도 원가의 81.5%이다. 최소한 원가를 보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반면 혈액검사 등의 검체 검사 원가 보전율은 135.7%, 영상검사는 117.3%에 달한다.
김영옥 기자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수술이나 시술 같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원가에 미달해 수술하면 할수록 손해난다.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는 이런 분야 의사를 더 뽑으려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예로 들며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2022년 7월 그 병원 간호사가 쓰러졌으나 뇌수술 전문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숨졌다. 서울아산병원은 뉴스위크 평가에서 세계 22위(국내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정부는 뭘 했을까. 2001년 시행한 상대가치 수가에 함정이 있다. 약 6000개의 의료행위별로 업무량·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수가를 매긴다. 상대적 가치를 따지기 때문에 하나를 올리려면 다른 걸 내려야 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 합의가 안 된다. 내려야 할 데가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가 조정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미국의 선진제도를 들여왔지만, 우리 몸에 맞지 않은데도 20여년 손보지 않았고, 필수의료는 망가졌다. 병원들은 하루 수천 명에서 2만명까지 외래환자를 진료해 수익을 올렸고 거기에 필요한 만큼의 전문의만 늘려왔다. 역대 정부는 건보 보장성 강화에만 매달렸고, 현 정부 들어서 필수의료 강화를 시작했다.

건보흑자 28조 필수의료에 쏟아야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국립대병원 교수 1000명 증원도 그 일환이다. 전문의가 늘면 전공의가 지금 만큼 필요하지 않게 되고 충실히 교육받게 된다. 신 박사는 "전공의 업무의 60%가 근로, 40%가 교육인데, 앞으로 2대 8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지 않은 정부와 병원은 책임이 없나”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전공의에게 그냥 돌아오라고 할 게 아니라 '그동안 뭐가 잘못됐고, 이런 부분이 부족하니 돌아오면 이렇게 잘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가려면 원가(현재 91%)를 보전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은 정부가 지정한 심뇌혈관센터조차도 전문의가 모자라 이틀마다 24시간 당직을 선다고 한다. 전화로 대기하다 새벽에 병원에 나가면 겨우 5만원 나온다. 아무 일 없으면 이마저 없다. 미국은 신경외과 등 몸에 칼을 대는 외과의사의 연봉이 내과 의사의 2~3배이다. 우리도 그리 가야 한다. 그러면 전공의가 자연스레 몰리게 된다. 지난해 건보 누적흑자가 28조원으로 늘었다. 이걸 아낄 때가 아니다. 신 박사는 "지금은 응급상황이다. '묻지마 보전' 식으로 필수의료 수가를 원가의 100%로 먼저 올리고 차차 다듬자. 그러면 전문의 채용이 늘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태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갈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전공의 파업에도 끄떡없게. 아니 전공의가 파업할 일이 사라질 수도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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