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의정비 인상만 한몸인 지방의회
“의정활동비 인상에 반대합니다.”
지난달 19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국민의힘 박명원(74·화성2) 의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박 의원은 “도의원의 연간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는 이미 도내 근로소득자의 평균 연봉을 상회하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의정활동비 인상에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3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도민의 기대에 닿지 못하는 결과(경기도의회는 최하위인 5등급을 받음)가 나온 만큼 의정활동에 소홀했던 의원들, 특히 민생현안 해결에 필요한 상임위 활동을 방해했던 의원들은 의정활동비 반납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노(老) 의원의 고언에도 경기도의회는 같은 달 29일 의정활동비를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는 조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99명 중 96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1명, 기권은 2명이었다. 박 의원은 “도민들이 만족할 만한 의정활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정활동비를 인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반대 의견을 냈는데 오히려 항의하는 의원들도 있었다”며 씁쓸해했다.
요즘 지방의회의 공동 관심사는 의정활동비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말 지방의원의 의정활동비 지급 한도를 인상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한 이후 각 광역·기초 의회들이 기다렸다는 듯 의정비를 인상하거나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광역·기초 의원의 의정활동비를 상향 조정(광역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 이내, 기초 월 110만원에서 150만원 이내)하는 내용이다.
서울시의회와 강원도의회, 울산시의회 등이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인천시의회 등이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 의원의 충실한 의정활동 유인체계를 마련하고, 유능한 인재의 지방의회 진출을 위해 의정활동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각 광역·기초 의회도 지난 20여년 동안 한 번도 의정활동비를 올리지 않아 ‘충실한 의정활동을 위한’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찬성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방의원이 하는 일이 없다”는 불신이 크다. 주민보다 지역 국회의원과 소속 정당을 더 섬기고, 여·야 갈등으로 인한 의회 파행이 속출해서다. 여기에 잊을만하면 음주운전·갑질·폭행·막말에 낯뜨거운 성비위까지 개인 비리가 이어진다.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23 종합 청렴도 평가 결과에서도 지방의회의 종합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평균 68.5점으로 매우 낮았다. ‘무용론’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잇속 챙기는 일에만 단합하니 좋게 보일 리 없다.
박 의원은 “의정활동비 인상에 앞서 의원들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흘려듣지 말아야 할 충고다.
최모란 사회부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빚내서라도 보내라" "8명 중 3명 틱장애" 영유 엇갈린 시선 | 중앙일보
- “엄마들 모임은 동물의 왕국” 정신과 의사가 본 서열의 비밀 | 중앙일보
- 서인영, 결혼 1년 만에 결국 파경…"남편에 이혼 소송 제기" | 중앙일보
- 폰부터 내 명의로 바꿔라…부모님 사망 직후 꼭 해야할 일 [VOICE:세상을 말하다] | 중앙일보
- “신기한 눈 가졌다”…그녀가 꼴찌권 대학 200억에 산 이유 | 중앙일보
- “이재용 오늘도 신고 나왔다” 나이키 굴욕 준 ‘9만원 신발’ | 중앙일보
- "조용히 좀" 파리 행사장서 정색…태도 논란 한소희, 무슨 일 | 중앙일보
- "생식기 절단에 집단 강간까지"…유엔 밝힌 하마스 기습 당일 | 중앙일보
- [단독]두 달새 25건 "무죄" "무죄" "무죄"…성범죄 판결이 달라진다 [천대엽 판결 후폭풍] | 중앙일
- “GPU 만드는 회사? 거기 변했다” 엔비디아 향한 충격 발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