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행복한 가드닝] 정원의 진화
누구에게나 개방된 정원이란 의미의 ‘공원(Public Park)’의 효시는 영국의 ‘비컨헤드 파크’다. 정원사 출신으로 하원의원까지 올랐던 조셉 팩스톤이 1847년 주민들을 위해 만든 정원이었다. 이 개념에 감동을 받은 미국 조경가 프레드릭 옴스테드는 뉴욕 맨해튼 공원 공모전에 바로 이 개념을 선보여 입선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 ‘센트럴 파크’다. 뉴욕에는 그 외에도 수많은 공원이 만들어져 ‘공원의 천국’으로 불린다.
최근 뉴욕에선 이 공원의 개념이 좀 더 진화하고 있다. ‘사유지지만 공개되는 정원’이라는 개념으로 재력가들의 공원 기증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인 ‘리틀 아일랜드’(사진)는 2021년 허드슨 강가에 만들어진 매우 독특한 인공섬 공원이다. 튤립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높낮이를 달리해 조합한 독창적인 구조다. 원래는 이 자리에 55번 방파제 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허리케인 샐리에 의해 붕괴되자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자선가가 등장한다. 딜러-폰-퍼스텐버그 가족 재단이 디자인 및 시공 비용과 향후 20년 간의 관리 비용까지 맡기로 한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 이 ‘리틀 아일랜드’가 한눈에 보이는 허드슨 강가에 잠시 머물고 있다. 벼르고 벼른 ‘도시 정원’ 공부를 위해서다. 정원 공부가 깊어질수록 도시 공원 중요성을 더욱 깨닫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도시화는 막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이로 인해 개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정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정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진화 중이라고 믿는다.
흔히 공원을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한다. 이유는 왕족·귀족의 점유물이었던 정원을 누구나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원 하나를 만드는 일에는 많은 고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 아름다운 꽃이 우리의 협업으로 좀 더 활짝 피어나 우리 도시에도 더 많이 와 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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