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운전하면서 전화하지 맙시다!

2024. 3. 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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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한림대 교수

드라이버 패션의 완성은 귀에 꽂힌 콩나물 모양의 이어폰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도로가 주차장이니, 운전 중 통화는 필수. 그래서인지 운전 중 핸즈프리를 사용하여 전화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

핸즈프리를 이용한 통화를 허용한 것은 전방주시 태만에 초점을 둔 것이다. 휴대폰을 꺼내 작동시키는 동안 순간순간 앞을 볼 수 없어서, 사고 발생 확률이 높다고 보았다.

김지윤 기자

하지만 심리학 연구들은 핸즈프리를 사용해도 통화 자체가 운전 부주의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시뮬레이터에서 핸즈프리로 통화할 때와 안 할 때를 비교해 봤더니, 통화할 때 운전자들은 앞차의 제동에 느린 속도로 반응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대화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일상성은 말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을 쉬운 것으로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언어 소통은 인지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니 뇌는 상당한 양의 인지적 자원을 통화에 쏟게 되고, 그 결과 앞차의 제동과 같이 갑작스레 발생한 일들에 빠르게 대처할 인지적 자원이 고갈된다. 그래서 통화하며 운전하는 것은 음주 운전과 비슷한 수준의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 조수석에 앉은 사람에겐 운전자의 졸음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운전자와의 대화를 미션으로 준다. 통화가 위험하다면, 옆에서 말을 걸어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이나 다르다. 대면하여 대화할 때는 언어적 정보만을 처리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입 모양, 표정, 분위기, 몸짓 등 비언어적인 정보를 함께 처리하며 이 정보들은 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비대면 상황인 전화 통화는 오로지 언어 정보만이 가능하니, 인지적 자원 소모가 더 크다.

그러니, 운전하면서 잠시 통화는 미루자. 그 어떤 것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내가 잠시 연락 두절되더라도 세상은 아무런 일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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