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파묘’ 음양사의 놀라운 실존모델
영화 ‘파묘’가 개봉 11일만에 6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오컬트 영화 장인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제강점기 역사 비화가 관람 열기에 불을 붙였다.
영화 속 독립운동가 이름이나 삼일절·광복절에서 딴 차량 번호판만큼 쇠말뚝을 박아 한민족 정기를 끊으려 한 일본 음양사의 정체도 화제다. 풍수에 훤한 ‘무라야마 쥰지’란 인물인데, 실존 일본 민속학자 무라야마 지쥰(1891~1968)과 이름이 거의 같다.
무라야마 지쥰이 조선총독부 촉탁으로 20여년간 조선을 조사해 펴낸 책이 10권이 넘는다. 의식주, 사상과 성격, 시장, 전통놀이, 종교 등 폭넓고도 상세하다. 저서 『조선의 귀신』에는 “조선의 풍수설에서 자손의 운명은 조상 묘지의 좋고 나쁨에 영향을 받는다”고, 『조선의 풍수』에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가 조선 산맥에 쇠못을 박아 왕기를 제압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중요한 사료지만, 비판적으로 보란 게 학계 평가다. 효율적인 식민통치를 위한 자료였기 때문이다. ‘파묘’를 계기로 찾아보지 않았다면 잘 모르고 넘어갈 뻔한 사실이다.
‘파묘’ 열기를 해묵은 반일(反日) 몰이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관객 반응에선 반일 감정보단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놀라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일제 쇠말뚝설은 괴담일지 몰라도, 조선총독부를 등에 업은 무라야마 지쥰의 이름은 우리 풍속사 연구자료 곳곳에 지금도 말뚝처럼 남아있다. 역사를 제대로 아는 데서 양국의 진정한 미래도 싹틀 수 있지 않을까.
나원정 문화부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빚내서라도 보내라" "8명 중 3명 틱장애" 영유 엇갈린 시선 | 중앙일보
- “엄마들 모임은 동물의 왕국” 정신과 의사가 본 서열의 비밀 | 중앙일보
- 서인영, 결혼 1년 만에 결국 파경…"남편에 이혼 소송 제기" | 중앙일보
- 폰부터 내 명의로 바꿔라…부모님 사망 직후 꼭 해야할 일 [VOICE:세상을 말하다] | 중앙일보
- “신기한 눈 가졌다”…그녀가 꼴찌권 대학 200억에 산 이유 | 중앙일보
- “이재용 오늘도 신고 나왔다” 나이키 굴욕 준 ‘9만원 신발’ | 중앙일보
- "조용히 좀" 파리 행사장서 정색…태도 논란 한소희, 무슨 일 | 중앙일보
- "생식기 절단에 집단 강간까지"…유엔 밝힌 하마스 기습 당일 | 중앙일보
- [단독]두 달새 25건 "무죄" "무죄" "무죄"…성범죄 판결이 달라진다 [천대엽 판결 후폭풍] | 중앙일
- “GPU 만드는 회사? 거기 변했다” 엔비디아 향한 충격 발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