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바지 마법사’의 다짐…“이젠 앞만 보고 달려야죠”
프로 14년 차의 베테랑 김세영(31)이 요즘 주춤하다. 대회 마지막 날마다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서 역전승을 거둔다고 해서 ‘빨간바지의 마법사’ 또는 ‘우승 제조기’라고 불렸던 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12승을 거두면서 한때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김세영이지만, 요즘은 리더보드 상단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2020년 10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11월 펠리컨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3년 넘도록 정상을 밟지 못했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이 끝난 뒤 김세영을 만나 올 시즌을 맞은 각오와 심경을 들어봤다. 이 대회에서 합계 5언더파 283타 공동 17위를 기록한 김세영은 “대회장인 센토사 골프클럽은 거의 매년 오는 곳이다. 정말 익숙한 코스인데 올해는 세팅이 많이 달라져서 쉽지 않았다. 물론 핑계라면 핑계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면서 “이번 대회에서 더블보기가 2개 나왔다. 그때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지 못했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다”고 했다.
학창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세영은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했다. 프로 입문 초기에는 고전했지만, 2013년 3승을 거둔 뒤 이듬해 2승을 추가하면서 정상급 골퍼로 자리매김했다.
김세영은 미국 무대에 진출한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2015년 LPGA 투어에 진출하자마자 3승을 거두면서 한국에서도 받지 못했던 신인왕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2020년까지 매년 평균 2승씩을 추가하면서 통산 12승을 달성했다. 265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샷과 정교한 아이언샷이 그의 주 무기였다.
그러나 김세영은 2021년부터 정상과 멀어졌다. 간간이 잡은 우승 기회는 살리지 못했고, 컷 탈락 횟수가 늘어났다. 그 사이 세계랭킹은 60위까지 내려앉았다. 그나마 지난달 혼다 LPGA 타일랜드와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에서 선전한 덕분에 세계랭킹을 39위까지 끌어올렸다.
김세영은 “지난 3년 동안 우승하지 못했다. 그동안 나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다 보니 성적이 좋지 못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열린 마음과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주위의 여러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다양한 시각으로 골프를 바라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0년 김세영의 그린적중률은 77.62%로 LPGA 투어 선수 중 1위였다. 그러나 2021년 74.92%(16위), 2022년 73.46%(18위), 2023년 70.83%(45위)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김세영은 “나도 기록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그린적중률이 높아야 68~69타대의 평균타수를 낼 수 있다”면서 “그린적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과 태국에서 한 달씩 구슬땀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또 “사실 나는 감각으로 골프를 하는 스타일이다. 지금까지는 크게 문제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이번 전지훈련에선 남자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기술을 눈으로 익혔다. 특히 쇼트게임 상황에서 감각이 아닌 루틴에 따라 자신 있게 샷을 구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 잇달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개인전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박인비와 전인지·고진영·김효주 등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한국 여자골프의 위상을 지켰다. 그러나 지금 세계랭킹으로는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 출전이 쉽지 않다.
김세영은 “일단 13번째 우승을 목표로 바로 앞만 보고 달릴 생각이다. 지금 이 라운드, 이 대회에만 집중하면서 차근차근 올라가겠다”고 밝혔다.
■ 김세영
「 생년월일 1993년 1월 21일
신장 1m63㎝
출신교 시흥초-세화여중-대원외고-고려대
프로 데뷔 2011년
통산 우승 KLPGA 투어 5승, LPGA 투어 12승
국가대표 경력 2016 리우올림픽(공동 25위), 2020 도쿄올림픽(공동 9위)
」
센토사(싱가포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빚내서라도 보내라" "8명 중 3명 틱장애" 영유 엇갈린 시선 | 중앙일보
- “엄마들 모임은 동물의 왕국” 정신과 의사가 본 서열의 비밀 | 중앙일보
- 서인영, 결혼 1년 만에 결국 파경…"남편에 이혼 소송 제기" | 중앙일보
- 폰부터 내 명의로 바꿔라…부모님 사망 직후 꼭 해야할 일 [VOICE:세상을 말하다] | 중앙일보
- “신기한 눈 가졌다”…그녀가 꼴찌권 대학 200억에 산 이유 | 중앙일보
- “이재용 오늘도 신고 나왔다” 나이키 굴욕 준 ‘9만원 신발’ | 중앙일보
- "조용히 좀" 파리 행사장서 정색…태도 논란 한소희, 무슨 일 | 중앙일보
- "생식기 절단에 집단 강간까지"…유엔 밝힌 하마스 기습 당일 | 중앙일보
- [단독]두 달새 25건 "무죄" "무죄" "무죄"…성범죄 판결이 달라진다 [천대엽 판결 후폭풍] | 중앙일
- “GPU 만드는 회사? 거기 변했다” 엔비디아 향한 충격 발언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