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1일 체험해보니···꿀알바? 정말이었다
최근 유통가가 ‘쿠팡 블랙리스트’로 시끄럽다. 쿠팡이 기존 자사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사람 중, 문제가 있던 사람들의 명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에 대해 쿠팡은 “인사 평가는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련의 논란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처음에는 물류센터가 재취업을 막으면 근로자들이 화낼 정도의 사업장이라는 점에 놀랐다. 택배 상하차 작업이 이뤄지는 각 업체 물류센터는 ‘기피 사업장’으로 통한다. 대다수 택배 업체는 인력난에 시달린다. 서로 안 하려고 해서다. 쿠팡처럼 다시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는 드물다. 왜 그럴까.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 2월 26일 일일 근로를 지원, 직접 체험하고 왔다.
쿠펀치 앱으로 바로 신청
새벽 6시 버스 타고 이천으로
쿠팡은 1일 근로자를 ‘단기 계약 사원(이하 단기 사원)’으로 분류한다. 단기 사원을 지원하는 방법은 2가지다. 물류센터에 전화나 문자로 지원하거나, 자체 앱인 ‘쿠펀치’를 활용하는 법이다. 앱 사용법이 간단한 덕분에 대다수 지원자는 쿠펀치를 사용한다.
쿠펀치 앱을 다운로드하고 접속했다.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회원가입을 마쳤다. 로그인 후 화면에 뜬 ‘업무 신청’을 눌렀다. 사는 곳을 입력하라는 화면이 나왔다. 사는 곳을 입력하고 난 후,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하라는 안내가 나왔다. 오전과 오후, 그리고 숏프레시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오전조는 아침에 출근해 주간 물량을 분류하는 조, 오후조는 오후에 출근해 야간, 새벽 물량을 분류하는 조다. 숏프레시센터는 신선식품 배송인 ‘쿠팡 프레시’를 담당하는 업무로 근무 시간이 일반 물류보다 짧은 게 특징이다. 시간과 시급을 고려해 ‘오전조’를 신청했다.
이후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선택하는 창이 등장했다. 물건 입고와 출고를 담당하는 FC 업무와 물건을 분류하고 적재하는 허브(HUB) 업무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입출고 업무는 난이도가 매우 낮아 여성이 아니면 배치받기 힘들다는 조언을 들었던 터라, 허브 업무를 신청했다. 이윽고 셔틀버스가 가장 가까운 센터부터 명단이 올라왔다. 그중 경기도 이천2센터가 정류장이 가장 가깝고, 시급도 높았다. 주저하지 않고 이천2센터를 눌렀다.
신청 2일 만에 ‘선확정’ 문자가 왔다. 쿠팡이 안내한 대로 통근버스 신청을 위한 ‘헬로버스 앱’을 설치했다. 버스를 탈 정류장을 선택하고, ‘노선 확정’을 받은 후에야 신청 절차가 끝났다.
출근 당일 날, 버스 탑승을 위해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오전조는 8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물류센터에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6시 36분 셔틀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1시간 눈을 붙이고 나니, 창밖으로 이천 물류센터 풍경이 펼쳐졌다.
단기 근로자는 비교적 ‘편하게’
센터에 도착하고 나면 쿠펀치 앱의 ‘체크인’ 버튼을 누른다. 이후 등록 절차를 거치고 나면 단기 사원은 ‘안전교육장’으로 이동한다. 이천2센터는 단기 사원 비중이 매우 적었다. 이날도 기자 포함 단기 사원은 20여명에 그쳤다. 실제 사업장에 가니 대다수가 관리자 또는 일반계약직 사원이었다. 교육장에서는 전반적인 안전교육, 보안교육, 성희롱 예방교육 등이 2시간 동안 진행된다. 교육을 받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장에 투입됐다. 기자는 허브 사업장에서도 난이도가 낮은 축에 속하는 ‘스테이션’ 사업장으로 배치받았다. 물건이 레일을 타고 오면, 스캐너로 스캔하고 다시 벨트 컨베이어에 실어 보내는 업무를 담당했다. 다른 업무에 비하면 매우 쉬운 업무였지만, 처음 하는 탓인지 실수를 연발했다. 옆 라인에서 작업하던 다른 사원에게 몇 번을 끌려갔다. 끌려간 뒤 쉴 틈 없이 잔소리를 들었다. 쉬운 업무조차 똑바로 못한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오전 내내 들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구내식당은 선택지가 다양했다. 기본 점심 메뉴는 물론 라면, 샐러드 등 다른 음식도 많았다. 든든히 먹고 싶어 기본 메뉴를 먹었다. 고된 노동 이후에 먹는 밥이어서 그런지 술술 넘어갔다.
점심이 끝나고 오후 작업이 시작됐다. 오전 대비 많은 물량이 쏟아졌다. 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물건을 스캔하고 보냈다. 비교적 추운 물류센터였지만, 땀이 뻘뻘 날 정도였다. 3시쯤 됐을 무렵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다른 옆 라인에서 일하는 다른 근무자들 앞으로는 계속 물량이 쏟아졌다. 옆 라인 근무자에게 물어보니 “우리는 예비군 같은 개념이라, 물량이 넘칠 때만 투입된다”는 말을 들었다. 일이 능숙한 계약직 사원들이 대다수 물량을 담당하고, 단기 사원은 비교적 부담을 줄여주는 시스템이었다. 3시 30분 이후부터는 일이 ‘정말’ 없었다. 5시 업무 종료까지 1시간 30분 가까운 시간을 무료하게 보냈다. ‘고된 노동을 체험하러 온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5시가 되자 퇴근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안전화와 안전모를 반납하고, 쿠펀치에 ‘체크아웃’을 누르고 퇴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9시간 남짓한 노동을 끝냈다. 다음 날 지급된 급여는 11만3610원. 그리 어렵지 않은 노동의 대가치고는 꽤 두둑한 돈을 받았다.
일부 계약직 막말은 ‘흠’
재취업을 막는 것에 사람들이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갔다. 다른 택배 상하차 업무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편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택배 업체들은 인력소개소를 통해 모으는 탓에 어느 센터로 가는지, 어떤 일을 맡게 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반면 쿠팡은 본인이 직접 희망하는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고, 업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셔틀버스 운행도 안전했다. 과거 기자가 체험을 위해 갔던 물류센터는 40명 정원인 셔틀버스에 60명을 채우고 안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안전교육이 즉각 이뤄진다는 점은 인상 깊었다. 단기 근로자라도, 안전교육은 필수다. 과거 기자가 체험한 다른 물류센터들은 안전교육을 생략한 채 근무자를 바로 현장에 투입했었다.
여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놀랐다. 다른 물류센터는 워낙 강도가 높은 탓에 여성 근로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인 비중이 높은 점 역시 눈길을 끈다. 국내 노동자 다수가 상하차센터를 기피한다. 때문에 대다수 물류센터가 외국인 노동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반면 이날 쿠팡 물류센터는 외국인 노동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절대다수가 한국인이었다.
업무 강도는 현저히 낮았다. 무거운 쌀, 특수화물 등 짐이 적은 덕분에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생활용품이 많은 쿠팡 특성상 다른 물류 업체와 달리 허리에 부담을 주는 상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기가 왜 많은지 이해가 갔다. 서울과 가까운 장지동 물류센터는 경쟁률이 상당히 치열하다고. 실제로 쿠펀치를 함께 지원한 다른 기자들은 서울 장지동을 선택한 후 모두 탈락했다.
물론 긍정적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원의 텃세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반말은 물론, 짜증 내는 듯한 말투로 단기 사원에게 명령하고는 했다. 마지막에는 ‘욱’하는 심정까지 들기도. 총평. “몇 명 사원 텃세만 제외하면 쿠팡 물류센터 자체의 근무 강도는 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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