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부, 합성생물학 연구에 1263억원 투입…‘바이오파운드리’ 구축

표윤지 2024. 3. 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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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생명연 베타 시설 설명회
‘DBTL 사이클’ 자동화 장비 15종 마련
이종호 장관 “합성생물학, 산업 확장성 강해…산·학·연 협력 중요”
ATS(Automated Transformation System) 장비를 둘러보고 있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 ⓒ표윤지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을 앞두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운영 중인 베타 시설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5일 열린 설명회에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포함한 김장성 생명연 원장, 이상엽 카이스트(KAIST) 연구부총장 등이 참석해 합성생물학 자동화 장비를 둘러봤다.

정부는 합성생물학 육성을 위해 2022년 12월 ‘국가 합성생물학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기술경쟁력 확보와 신시장 창출 전략을 담은 ‘합성생물학 핵심기술개발 및 확산 전략’을 마련하고 현재 국가 차원의 종합적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29년까지 총 1263억원 예산을 투입해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첨단바이오의 중점 기술인 합성생물학은 생명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해 DNA, 단백질, 인공세포 등 생명 시스템을 설계·제작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AI)·로봇 등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바이오 연구의 속도·규모·경제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미래 바이오 경제를 이끌어갈 신흥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은 합성생물학을 국가 차원의 전략기술로 채택하고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12대 국가 전략기술로 첨단바이오를 선정했다. 첨단바이오 중 핵심기술은 바로 합성생물학이다. 생명연은 카이스트와의 협력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합성생물학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생명연은 2013년 바이오 합성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연구 활동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센터를 합성생물학 전문 연구단으로 승격했다. 현재는 김장성 원장이 합성생물학 연구소로 승격하면서 합성 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바이오 제조 자동화와 디지털 바이오를 선도하기 위한 ‘합성생물학 연구소’로 운영되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반도체 바이오파운드리에서 그 개념을 가져왔다. 반도체 바이오파운드리는 철저히 전문화된 분석 시스템으로, 표준화된 부품을 통해 정밀한 제품을 만든다.

문제는 바이오로 넘어갈 경우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 생명체는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에 표준화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왼쪽)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관계자에게 바이오파운드리 베타 내 자동화 장비 설명을 듣고 있다. ⓒ표윤지 기자

합성생물학은 이러한 도전적인 과제를 AI 또는 정보기술(IT) 기술을 접목해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합성생물학을 자동화하는 플랫폼이 바로 바이오파운드리 베타다.

국내에서는 합성생물학의 작동하는 원리인 ‘DBTL 사이클’(Design-설계, Build-구축, TEST-평가, Learn-학습 사이클)을 그동안 평가와 학습에 중심을 뒀다. 여기에 맞춰 제품 생산도 평가, 학습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생명연은 설계와 구축 부분에 더욱 무게 중심을 둬 합성생물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바이오파운드리 베타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현재 바이오파운드리 베타는 설계와 구축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 베타는 크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워크플로(workflow)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곳에는 약 15종의 자동화 장비가 놓여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장비들을 연계해 구축한 것이다. 여기에는 DBTL 단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장비가 있었다. 생명연은 현재 개발 단계를 넘어 소프트웨어 등록까지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동화 작업에선 앞서 수동으로 진행했던 실험을 ‘정밀화’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정밀 프로토콜을 만들고 해당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장비들을 연결해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바로 워크플로다.

생명연은 공공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기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에서 약 38종의 워크플로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동으로 하루에 약 24개의 DNA 샘플을 처리했다면 바이오파운드리 베타 도입 후 10배가량 속도가 빨라졌다.

베타 시설 우측에는 웰플레이트(well-plate) 장비도 놓여 있었다. 웰플레이트는 디자인이 끝난 DNA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처리량을 높이는 장비다. 기존에는 하나씩 처리하던 작업을 로봇 팔이 한꺼번에 96개의 DNA를 만들고 실험까지 한다.

또 리키드 핸들러(liquide-handler) 장비는 플레이트를 기반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파이펫(일정량의 액체를 옮기는 것) 실험을 대신하고 있다. 리키드 핸들러는 나노리터 수준의 볼륨까지 액체를 처리하고 있었다. 고가의 시약이나 다루기 어려운 고급 시약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비용과 속도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였다.

DNA 테스트 처리량을 높이는 웰플레이트(well-plate) 장비. ⓒ표윤지 기자

김한성 박사는 “연구·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것은 DBTL 사이클을 빨리 돌리거나 좋은 곳(연구 시설)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그게 바로 AI가 하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지껏)생명연 내부 또는 용역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며 “중요한 것은 실험자와 개발자의 협업 혹은 둘 다 할 수 있는 인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현재 연구·개발에 있어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베타 시설을 둘러보고 “합성생물학은 바이오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성이 강한 기술이므로 기술 개발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산·학·연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5년 후에 구축될 국가 바이오파운드리가 합성생물학 기술 혁신을 위한 인프라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산·학·연의 역량을 결집해 다양한 혁신을 촉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날 바이오파운드리 베타 시설 참관 이후 생명연 도서관 라운지에선 합성생물학 전문가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이종호 장관을 비롯한 노경원 연구개발정책실장, 황판식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김장성 생명연 원장, 이상엽 KAIST 연구부총장과 양영렬 대상 연구소장, 김동명 충남대 교수, 조병관 KAIST 연구처장, 서상우 서울대 교수,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연구부장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합성생물학 기술 개발과 국제 협력,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운영과 핵심 장비 개발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오파운드리 베타 시설 참관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도서관 라운지에서 진행된 합성생물학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 김장성 생명원 연구원(왼쪽에서 첫 번째)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표윤지 기자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왼쪽)이 5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진행한 바이오바운드리 베타 설명회에 참석, 합성생물학 자동화 설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표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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