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귀환, 통할까…도파민 찾는 사회 속 섬세한 감정으로 승부 [D:영화 뷰]

류지윤 2024. 3. 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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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 후보

오랜 만에 섬세한 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두 작품이 대중 앞에 선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를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72관왕을 차지하고 2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 김희진 감독의 '로기완'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극장에서, '로기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안방에서 잔잔하고 힘 있게 대중에게 다가선다.

최근 '도파민'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면서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를 지닌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성 확장이라는 부문에서 반가운 등장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앞서 언급했듯이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인정 받은 것에 이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신인 감독의 노미네이트는 이례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동양에서 존재하는 '인연'이라는 개념을 풀어내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현재와 과거의 지나간 인연을 말한다. 큰 갈등이나 사건 없이 서로가 첫사랑인 남자 혜성(유태오 분)과 나영(그레타 리 분)가 성인이 된 후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인연'과 '감정'의 조각을 비춘다.

혜성과 나영 사이에 흐른 시간과 거리만큼 이들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혜성은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자라났으며 나영은 뉴욕에서 연극 각본을 만들며 이미 미국인 남편 아서가 있다. 서로에게서 '과거의 나'를 발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이번 생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셈이다. 언뜻 '우리가 사귀었다면', '우리가 결혼했다면'이라는 가정을 떠올리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므로, 이번 생은 엇갈린 인연으로 남아야 한다. 셀린 송 감독은 이 감정을 관객들이 음미할 수 있도록 천천히 전개된다.

안방극장에서는 송중기 주연의 '로기완'이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남녀 로기완(송중기 분), 마리(최성은 분)이 벨기에에서 만나 서로가 구원이 된 사랑을 보여준다. 탈북자 로기완은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 낯선 땅 벨기에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아 또 다시 냉혹한 현실 앞에 놓이게 된다.

마리 역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지 오래된 인물이다. 살아남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로기완과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마리가 서로에게서 온기를 느끼는 과정에서 감정의 무게는 꽤나 무겁다. 빠르게 감정과 전개가 순환되는 작품 사이들에서 '로기완'은 삶이나 사랑의 무게를 요령 부리지 않고 기꺼이 껴안는다.

두 작품이 삶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심오한 주제는 아니지만 진지하거나 슬픈 감정을 굳이 보지 않으려 하는 성향들이 흐름이 됐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 콘텐츠에서만큼은 시원한 사이다 전개, 도파민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에 이미 익숙해진 대중이, 두 작품의 지닌 감정의 무게나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싶어할 지는 미지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6일 개봉을 앞두고 2.8%(7925명)을 기록, 예매율 4위다. 1위는 '파묘'로 43.1%(12만 2923명), 2위는 '듄:파트2'(10만 4363명)으로, 수치 격차가 크다. 아카데미 후광은 없는 모양새다.

'로기완' 역시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순위 6위로 시작했다. 이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인자ㅇ난감'이 비영어권 TV 부문 1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아직 '로기완'은 공개 초반이고, '패스트 라이브즈'는 정식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대중이 묵직하게 섬세하게 전하는 로맨스를 지루하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장르 다양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테지만, 대중성에서 실패한다면 특정 장르 위축 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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