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부담, 멈춘 재건축 시계…신탁방식 덩달아 ‘빨간불’
공사비 인상 등 재건축시장 위축에 관심 시들
1·10대책 등 영향…‘빠른 사업 추진’ 매력도 반감

높아진 공사비 부담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이 위축되면서 최근 몇 년간 인기몰이하던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도 한풀 꺾였다. 여기에 정부가 1·10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면서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단 장점마저 퇴색된 모습이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부동산신탁사들이 수주한 정비사업은 총 36건, 2313억원 규모다. 지난 2016년 법 개정을 통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가능해진 이후 최대 규모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조합을 대신해 신탁사가 재건축·재개발 등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조합 없이 신탁사가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신탁시행’ 방식과 조합의 역할을 대행하는 ‘신탁대행’ 방식으로 나뉜다.
일반 조합방식 정비사업 대비 2년 이상 사업기간이 단축돼 신속한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또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춰 사업 초기 자금조달이 수월하고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쟁이나 조합 내홍 등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단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간 정부 규제로 장기간 재건축에 발이 묶인 단지들은 최근 몇 년 간 조합방식을 내려놓고 신탁방식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9·26대책으로 정부가 신탁방식으로 사업에 나설 경우 시행사 지정요건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신탁방식은 더 탄력을 받았다.
이 같은 강점을 내세우며 국내 신탁사들은 노른자위 입지를 갖춘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여의도, 목동 등으로 수주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비사업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올해 신탁방식 정비사업 규모는 축소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고금리와 자잿값 인상 등으로 서울 도심 내 3.3㎡당 공사비는 1000만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공사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지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건설경기 불황에 수익성까지 악화하면서 건설사들도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적이지 않단 점도 발목을 잡는다. 강남권 알짜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던 건설사들은 이제 기존 수주사업에 대한 시공권마저 포기하고 있다.
정부가 안전진단을 건너뛰고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을 예고하면서 신탁방식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빠른 사업 추진’ 역시 매력이 반감됐다.
1·10대책에 따르면 재건축 패스트트랙은 신탁방식을 제외한 기존 조합방식만 적용 대상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방안이 본격화하면 신탁방식이 외려 조합방식보다 사업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해 표준계약서·시행규정을 마련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탁사의 전문성 결여, 수수료 부담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신탁계약을 체결한 주민 100%가 계약 해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신탁사가 계약 후 2년 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지 못하거나, 주민 75% 이상이 찬성하면 신탁계약 일괄 해지가 가능해졌다.
또 정비구역 지정 전 너도나도 예비신탁사 MOU를 체결하는 등 사업 혼선을 줄이기 위해 사업시행자 지정 전 신탁사와 협약을 체결할 때는 일정 비율 이상 주민 동의를 얻도록 했다.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갈아타기가 수월해진 셈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으로 신탁방식의 강점이 크게 희석됐다. 일반 조합보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자금조달 여력이 있는 건 맞지만, 부동산경기 불황으로 신탁사들의 자금부담도 늘어나긴 마찬가지”라며 “무엇보다 신탁방식으로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빠른 사업 추진도 어렵다면 공사비 부담도 상당한데 굳이 수억원씩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신탁사에 내 재산을 맡기겠단 주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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