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혼자여야 곱게 늙는다? 돌아온 71세 랑콤 뮤즈의 증명
위의 사진은 1981년 한 프랑스 명품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광고 모델, 이자벨라 로셀리니. 배우 잉그리드 버그먼(1915~1982)의 딸이자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한때 남편이라 불렀던 인물이다. 이자벨라 로셀리니는 1952년생으로 올해 71세다. 그를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일요판 집중 인터뷰로 소개했다. 이 인터뷰의 주제는 화려한 가족사도, 그의 커리어도 아닌, "잘 늙는 법"이다. NYT가 붙인 제목은 "이자벨라 로셀리니처럼 나이 드는 법". 로셀리니는 노화에 저항 아닌 수용을 하면서 나름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들려준다.
로셀리니는 특히 중년에 접어든 여성에게 울림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로셀리니는 97년 펴낸 자서전 『나의 일부(Some of Me)』에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점적으로 말했다. 당시 그는 45세였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랑콤의 얼굴로 활동했다. 그러나 43세가 되는 생일 직전, 랑콤에서 광고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다. 이유에 대해 랑콤 측은 "당신은 너무 늙었다"고 했다고 로셀리니는 적었다.
이에 대해 로셀리니는 NYT에 "45세 즈음에 스스로 '나 이제 앞으로 뭐하며 살아가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는 79년 결혼에 골인했지만 약 3년 뒤 이혼 도장을 찍었고, 이듬해인 83년 하버드대 졸업생이면서 모델로 활동하던 조너선 비에데만과 결혼했으나 역시 약 3년 뒤 헤어졌다.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랑콤 모델에서도 비자발적 하차를 하면서 위기를 겪을 당시, 그의 곁엔 남자가 없었다. 이를 두고 로셀리니는 NYT에 "남자가 없게 된 것(unpartnered)"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내가 스스로에게 충실할 여유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로셀리니는 또 NYT에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혼자 있어도 충만할 수 있다"는 요지의 주장을 덧붙였다.
그는 NYT에 "깊이 고민을 해보니, 오히려 위기이자 불안하다고 느꼈던 그때가, 어찌 보면 내 인생에서 진짜 흥미로운 새로운 시작이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배우로서, 영화 제작자로서, 그리고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로서 새 삶의 여정을 펼쳤다.
그는 "아이 둘을 혼자 키우면서 랑콤에서 오는 수입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처음엔 불안했지만, 대학에도 진학하고 다른 모델 일과 연기 일도 계속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삶의 새 장(章)을 스스로 펼쳤다. 그가 밝힌 '곱게 나이 들어가는 법'의 핵심 열쇠가 바로 "혼자로서 충실히 살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계속할 것"이었다.
흥미로운 건, 랑콤이 그를 다시 찾아왔다는 것. 로셀리니는 "10년 정도 전쯤, 랑콤 측에서 연락이 왔다"며 '당신을 그렇게 보냈으면 안 됐다'면서 다시 모델을 제의했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여성으로서 랑콤의 새로운 화장품 모델이 됐다.
로셀리니는 20~30대보다 체중도 증가했고 당연히 주름도 늘었지만 당당하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현재 일상을 만끽하는 사진과, 그의 젊은 시절 사진, 어머니와의 가족사진 등이 가득하다. NYT가 "로셀리니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여성이라면 꼭 방문해보길 권한다"고 적었을 정도다.
이자벨라 로셀리니는 쌍둥이다. 잉그리드 버그먼은 영화계 거장이었던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과 촬영 현장에서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 문제는 버그먼이 당시 유부녀였다는 점. 버그먼은 결국 이혼하고 로셀리니와 결혼해 이듬해 쌍둥이 딸을 낳고, 한 명은 이자벨라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버그먼과 로셀리니 감독은 57년 이혼했고, 버그먼은 연극 연출가 라스 슈미트와 58년 다시 결혼했지만 75년 이혼했다. 버그먼은 1982년 사망했다. 이자벨라 로셀리니는 인스타그램에 엄마와의 추억을 애정을 담아 자주 올린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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