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빌딩에 정부 돈 1800억 투자...미래에셋 몽땅 날릴 위기

이병준 2024. 3.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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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이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1800억원을 투자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초고층 빌딩. 중앙포토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이 수천억원 대의 정부 기금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4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래에셋이 지난 2017년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약 1800억원을 투자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한 고층 빌딩은 공실률이 늘면서 건물 가치가 투자 시점(약 1.4조원)보다 30% 이상 폭락했다. 당초 기대 수익률은 연 6%대로 지난해 하반기가 만기였지만,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한 중순위 대출채권(메자닌)을 매입하는 식으로 투자가 이뤄졌던 탓에 약정 이자는 물론 원금 회수 여부도 불투명해졌고, 결국 한 차례 만기가 연장됐다.

선순위 채권자는 채무불이행 시에도 담보권 처분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메자닌 투자는 이자가 정기적으로 나오지 않고, 청산 시점에 누적 이자와 원금을 한꺼번에 받는 구조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부 기금을 원금이라도 회수하려면 다음 만기까지 미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길 기다리는 것 외에 사실상 뾰족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이 만기를 연장하면서 약정 이자가 두 자릿수로 올랐지만 업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사실상 0원인 상태다. 현지 은행 1순위 대출조차도 일부 손해를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실이 확정될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리스크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 모습. AP=연합뉴스


미래에셋과 NH투자증권은 국토부에서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의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맡고 있다. 미래에셋은 당시 하위운용사 다올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이 조성한 펀드를 통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에셋은 당초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지만, 장기적 수익률 및 안정성 제고 명목으로 국토교통부에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를 건의해 투자가 이뤄졌다. 해당 보스턴 빌딩에 대한 미래에셋의 1차 투자금액은 약 400억원 정도였지만, 2021년 무렵 다올자산운용 측이 “추가로 출자하지 않으면 기한이익상실(EOD)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고 이를 미래에셋이 받아들이면서 투자 액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미래에셋 내부에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가 보이니, 오히려 투자를 늘려야 한다”와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로 투자했다간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의 큰 문제점은 가격 반영이 더디다는 점”이라며 “현지에서 거래 가격이 반토막이 나도 펀드 기준가격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청산 시에 예상보다 훨씬 내려간 가격을 보고 당황하는 펀드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만기에 손실 확정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손실을 미루기도 한다. 제대로 된 정보없이 실제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펀드 기준 가격만 믿고 추가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다올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빌딩을 본사로 쓰던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100% 공실이 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추가 출자에 대해선 “건물 리노베이션을 해야 하는데 차주 회사 상황이 어려워져 공사비를 부담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저희가 담보권 실행을 해 건물주가 됐다. 이를 위해 이번에 추가 출자가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측은 “본격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한 신규 임차인 유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지 대주(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와 원만한 협의로 임차인 유치를 진행하고 있고 투자에 대한 전액손실 관련 이슈는 현재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수익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했다.


부메랑 된 해외부동산 투자…눈덩이 손실 오나


2010년대 저금리와 세계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맞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금융투자사들은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56조4000억원으로, 이 중 12조7000억원(22.5%)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기한이익상실이 된 것으로 파악된 금액은 2조3100억원으로, 소재가 파악되는 단일 사업장에 투자된 전체 금액의 6.46%를 차지했다.
신재민 기자

투자자문사 그린스트리트자문이 집계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가격지수는 2022년 5월(155포인트) 이후 하락해, 올해 초 121.8포인트(-21.4%)를 찍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19.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애톰에 따르면 지난 1월 미 상업용 부동산 압류 건수 역시 635건으로 1년 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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