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다음 세대’가 아닌 ‘다음 시대’를 생각하라

2024. 3. 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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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아주 흥미로운 책이 번역 출간됐다.

탈 교회 현상은 '다음세대'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시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시대'에 설 자리를 잃은 한국교회는 '다음세대'에게도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다음세대가 아니라 다음 시대에 이들이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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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아주 흥미로운 책이 번역 출간됐다. 짐 데이비스와 마이클 그레이엄, 라이언 버지가 함께 쓴 ‘탈기독교시대 교회’다. 이 책은 추상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도구를 사용해 왜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썼다.

이 연구는 미국 교회와 사회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현재 한국교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절대 무관하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미국 통계이기는 하지만 지난 25년 동안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이 4000만 명이나 사라졌다는 것은 놀라운 수치다. 이 숫자는 미국 전체 성인의 15%가 교회 출석을 그만뒀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미국이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던 시절 기독교 인구가 전체 10%도 되지 않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교회 성장은 남북전쟁 이후 25년간으로 12%가 늘었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 25년간 미국교회는 가장 빠른 성장시대의 1.5배에 가까운 크리스천들을 잃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수치를 열거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동안 교회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우리는 ‘다음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늘 강조해 왔다. 불행하게도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노력이 ‘다음 시대’를 놓치면서 아주 추상적인 이야기로 전락해 버렸다는 것이다. 교회뿐 아니라 소위 말하는 MZ 세대들은 기성세대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들은 우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했는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다음세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여전히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을 뿐이다. 탈 교회 현상은 ‘다음세대’를 준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시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한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다음세대’를 위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시대’에 설 자리를 잃은 한국교회는 ‘다음세대’에게도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앞서 말한 책 ‘탈 기독교 시대의 교회’에 아주 희망적인 결과가 있다. 교회를 떠난 사람 중 51%가 다시 교회로 돌아올 것이라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다음세대가 아니라 다음 시대에 이들이 교회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다음세대가 아닌 다음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탈기독교시대 교회’에서 언급한 놀라운 통계 가운데 하나는 지난 25년간 교회를 떠나간 ‘복음주의’권 교인 68%가 신앙을 가진 부모와 연관돼 교회를 떠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28%) 외로워져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을 때(18%) 이사를 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거나(18%) 친구가 초대했을 때(17%)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할 경우(16%) 배우자가 가고 싶다고 할 때(18%) 좋은 목사를 따라서(18%) 좋은 공동체를 찾을 때(17%) 교회 공동체가 그리워지거나(20%) 그저 마음에 드는 교회를 찾았을 때(14%) 교회에 돌아갈 수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다음세대를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에 교회가 고립됐기 때문이다. 교회가 삶에서 유익하다고 느끼지 못하지만 다시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면 교회로 돌아올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신앙을 버리거나 하나님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에 섬처럼 고립돼 가는 교회를 떠나고 있다. 교회학교와 중고등부, 청년부를 이탈하는 젊은이들은 이 시대에 고립된 부모들과 교회를 떠나가는 것이다.

교회가 돌봐야 하는 것은 다음세대가 아니라 다음 시대를 살아갈 모든 사람이 돼야 한다. 이제 다음세대가 아니라 다음 시대를 생각해야 할 때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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