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반발에도 충북대 "5배 신청"…증원 규모 2000명 넘을 듯
교육부의 의대 증원 신청 마감시한인 4일 각 대학이 신청서를 잇달아 내면서 증원 규모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정원을 현재보다 5배로 늘리겠다고 신청한 대학도 나왔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를 보유한 전국 40개 대학의 증원 신청 규모는 정부의 방침인 20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정원이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들이 증원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대(49명)는 정원을 현재보다 5배 이상 많은 250명으로 늘려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워낙 의대 정원이 없어서 5~6년 전부터 증원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40명→80명)와 제주대(40명→100명), 울산대(40명→150명)도 증원을 신청했다. 아주대(40명→110~150명)와 동아대(49명→100명), 을지대(40명→100명) 등 다른 대학들도 정원을 2~3배 수준으로 늘려 달라고 신청할 계획이다. 가천대(40명)는 최대 200명까지 증원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국립대 총장 “200명 증원 필요”
박성민 교육부 기획조정실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신청 규모가) 지난해 수요조사 결과(2151명~2847명)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날 자정까지 증원 신청을 받는다.
의대 반발에도…대학은 “다시 없을 기회”
대학들은 이번 증원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 국립대 총장은 “지금도 반발이 거센데 그다음을 기대할 수 있겠냐”며 “이번에 (정원을) 전부 써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총장도 “단계적 증원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는 분위기라 다른 대학들도 많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당수 대학에선 의대 측의 반발로 신청 마감일까지 진통을 겪었다. 한 국립대 총장은 “최종안을 결정하는 간부회의에 의사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했다”며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대학은)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사립대 의대학장은 “학교 본부와 의대 측이 제시한 인원수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학이) 교수와 의대생의 의견을 배제한다면 학장 사퇴까지 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수요조사보다 증원 규모를 일부 줄이는 등 절충안을 찾는 대학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윤동섭 신임 연세대 총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의대 교수들은 증원이 여러 여건상 힘들지 않겠냐고 대학 본부에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대부분 의과대학이 비슷할 것”이라며 “잘 조율해서 교육부에 (최종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집단 유급하면, 교육 붕괴할 것”
의대생들도 증원에 강하게 반발하며 각 대학 총장을 압박했다. 최근 대구가톨릭대 의대생들은 정부의 증원 신청에 ‘무대응’ 또는 ‘0명 제출’할 것을 총장에게 요구했다. 아주대 의대 학생회는 “진정 의대 교육의 질을 고려해 이 수치를 적어낸 것이 맞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표한다”는 입장을 냈다.
집단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들도 적지 않아 당분간 학내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3일 기준 의대생의 유효한 휴학 신청은 전체 재학생의 28.7%인 누적 5387명으로 집계됐다. 한 사립대 의대 교수는 “집단행동이 이어져 단체 유급하면 내년에는 몇 배가 되는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데, 교육 현장이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용순 가천대 의과대학 학장은 “학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지 않도록 적극적인 설득을 부탁드린다”는 서신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서지원·이후연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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