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경제안보…"국가 전략에 기업 이해관계 녹아들어야" [중앙일보-CSIS 포럼]
"국가의 경제 안보 전략에 기업의 이해관계가 녹아들게 하기 위한 체계적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4일 중앙일보-CSIS 포럼에서 "국가와 기업의 이익은 서로 묶여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양측의 교집합은 분명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후: 경제안보와 공급망'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의 세 번째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한·미·일 협력이 갈수록 밀도를 더하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의 층위에서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션의 좌장을 맡은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은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하면서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건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에 공통적인 화두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조성민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교수=한·미·일 정상이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군사 협력뿐 아니라 경제안보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칩4'(한국·미국·일본·대만)를 비롯한 '기술 동맹'은 전통적인 '군사 동맹'과는 차이가 있다.
군사 동맹은 각국 군의 이익이 국익과 완벽히 일치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지만, 민간 기업은 정부의 명령에 의해 통제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미의 반도체 회사들은 아무리 정부의 정책이라도 자사의 이익을 해칠 경우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적과 아군을 명확히 구분하는 군사 동맹과 달리 기업에게 경쟁자는 동시에 잠재적 파트너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자유주의와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따르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 또한 정부의 개입을 죄악시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더욱 긴밀하고 빈번한 소통이 필요하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지난 1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13차 각료회의는 중요한 행사임에도 언론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는 국제 무역의 여러 전선에서 '규범'이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가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일수록 경제안보와 한·미·일 협력은 긴요해진다. 3국이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우리가 맞닥뜨린 여러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매우 시의적절했다.
이렇게 정부 고위급에선 협력에 대한 약속이 속속 이뤄지는 반면,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 반도체 등 분야의 현장에선 기업 간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정부끼리 협력을 약속하는 건 비교적 수월할지 몰라도, 기업 간 다국적 협력이란 보다 복잡한 문제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1주년을 앞두고 3국 협력의 분명한 로드맵을 수립할 때다.
▶조너선 쳉 월스트리트저널 중국지국장(베이징 화상 연결)=중국의 관점에서 보면 '디커플링'(de-coupling)과 '디리스킹'(de-risking)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개념이다. 중국은 둘 다 탐탁지 않아 한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자신들만 단절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경제적인 자립은 지키고자 한다.
쉽게 말해, 중국은 "세상 모두가 우리를 원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셈이다. 중국 기업이 독특한 점은 정부와 밀착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게 중국이 가진 이점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제 안보 경쟁 구도를 중국이 어떻게 극복할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와 화이트 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를 취했던 2019년은 한국 경제안보 전략의 분수령이 됐다. 당시 기업들은 부품 하나만 없어도 반도체 산업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에 수동성을 탈피하고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일본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취약한 품목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한·미·일 협력도 강화됐다. 이제 관건은 정부와 기업의 층위에서 각각 협력과 경쟁의 균형을 찾는 일이다. 국가와 기업의 이익 간 교집합을 찾아 긴밀히 연계할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 ◆중앙일보-CSIS 포럼
「 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양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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