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못 잡으면 승리 없다" 발은 산토끼, 말은 집토끼 좇는 한동훈

김기정, 이창훈 2024. 3. 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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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충청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이긴 적은 없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당 비대위 회의에서 “충청에서 먼저 지역일꾼들과 함께 인사드리는 일정을 시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날 충남 천안 방문을 시작으로 5일엔 충북 청주, 7일 경기 수원, 8일 경기 성남과 용인 등을 잇달아 찾는다. 대부분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곳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 창조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학생과 셀피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 충남 천안의 백석대 방문에서 한 위원장은 갈색 후드티 위에 항공점퍼를 걸쳤다. 20대 대학생이 입을법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저도 학창시절을 모범적으로 보낸 게 아니어서 덕담할 만한 주제는 아니고, 다만 잘 지내시란 말씀을 드린다”며 “개강 첫날인데 민폐 끼쳐, 귀한 시간 뺏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찾은 천안중앙시장에선 “20년 전 천안에서 한 달 살았던 적이 있다”며 연고를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천안은 냉정한 민심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충남의 마음을 얻고 싶다. 충남에, 천안에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 방문엔 경선 포기 및 불출마를 선언한 4선 홍문표(충남 홍성-예산) 의원도 도당위원장 자격으로 동행했다. 시장에 인파가 몰리자, 주변 사람들이 한 위원장을 손가마 태워 들어 올리기도 했다.

이날 시작한 한 위원장의 ‘총선 격전지 순회’ 행보는 ‘산토끼’ 잡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천안 3개, 청주 4개, 수원 5개 지역구에서 모두 졌다. 각 4개의 지역구를 가진 성남과 용인에서도 각각 한 군데에서만 승리했다. 당 관계자는 “한 위원장의 방문지는 총선 승리를 위해 꼭 탈환해야 할 전략 지역으로 골랐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후 충남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산토끼를 좇는 발과 달리, 한 위원장의 메시지는 집토끼를 향하고 있다. 그는 비대위회의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과 관련해 “이석기 대표의 통진당 후신인 윤희숙 진보당 대표가 ‘수권정당이 되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전통의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기로 결정한 이상, 그 말은 더는 허세나 레토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간첩죄의 적용 대상 확대도 주장했다. 그는 “국가기밀을 유출하는 간첩죄의 범위가 1983년 이래로 적국(북한)에 대한 유출로 한정돼 있다”며 “‘적국’이란 말을 ‘외국’으로 바꾸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 외에 중국 등에 대한 국가기밀 유출도 간첩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도 잊지 않았다. 여야 대표 TV토론 제안에 대해 이 대표가 “대통령과 야당 대표 대화가 먼저”라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히자, 한 위원장은 “그게 말이냐. 총선 앞두고 여야 대표가 토론하자는 게 (대통령 대화랑) 어떤 조건관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표는 늘 거짓말을 하지만, 지금의 거짓말은 다르다. 왜냐하면 곧바로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토론을 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송사로 맞춰주겠다. 김어준씨가 사회 봐도 상관없다. 응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대위 회의를 하고 있다.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단체로 맞춘 빨간색 야구 점퍼를 입고 비대위 회의에 참석했다. 점퍼 왼쪽 가슴엔 목련 그림과 국민의힘 로고가 박혔다. 한 위원장은 “3월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기 위해 새 옷을 맞췄다”며 “이 옷을 입고 4월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국을 누비겠다는 각오를 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산토끼와 집토끼를 동시에 좇는 한 위원장의 언행을 두고 총선 구도를 아직 열세로 보는 자체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결과가 나왔지만, 제3지대 정당이 대부분 ‘반윤’이란 점을 감안했을 땐 아직 승리를 자신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어느 정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국민의힘 38%, 민주당 35%, 제3지대 16% 순으로 선택했다. 이에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원내 1당이 아닌, 과반 의석 획득이 총선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 위원장도 “저희가 아직 굉장히 부족하다. 사실 민주당에 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여의도 당사에서 민주당 탈당 후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김영주 국회부의장,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입당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에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 중이다. 공관위는 지난달 19일 김 부의장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영등포갑 공천 심사 발표를 미뤄왔다.

이날 3차 경선 결과도 나왔다. 손범규 전 아나운서(인천 남동갑), 유낙준 전 해병대 사령관(경기 남양주갑), 김동원 전 기자(충북 청주흥덕)가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을 따냈다.

국민의힘이 이날까지 지역구 254곳 가운데 78.7%인 200곳의 총선 후보자를 확정한 가운데 현역 우세 흐름은 계속됐다. 지역구 현역 의원 90명 중 60명(66.6%), 3선 이상 중진 31명 중 23명(74%)이 공천을 받았다. 30ㆍ40대 후보는 13.5%인 27명, 여성 후보는 12%인 24명이었다. 한 위원장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공천에서) 부족한 면이 보일 수 있다. 보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례대표와 서울 강남권 등에서 다른 방식의 국민공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신재민 기자

김기정ㆍ이창훈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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