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권에 회초리 들어달라" 이재명 '정치 1번지'서 첫 유세

류승연 2024. 3. 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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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키워드는 '민생'과 '정권심판'... "'못 살겠다'면 민주당 찍어달라"

[류승연, 유성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곽상언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10년을 장사했는데 올해가 너무 힘들어요."

수십 대의 카메라와 인파 속에 섞여 느린 걸음으로 첫 번째 유세 현장을 둘러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걸음이 꽤 오래 한 곳에 머물렀다.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에 위치한 한 전집 앞에서다.

전집 주인은 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한 뒤, 올해 유독 영업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10년이 아니라 30년 넘은 가게도 올해 장사가 제일 안 된다고 한다"며 공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작심한듯 말을 이어갔다. 

"경제를 살리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이 정부는 (경제에) 관심이 없어요. 능력이 있고 없고는 그 다음 문젠데, 아예 관심이 없어요. 그걸 이번에 회초리로 혼을 내서 정신차리게 해야 신경 쓸 거예요. 국민 무서운 줄 알 거예요. 혼내주세요."

'정치 1번지' 찾은 이재명... 키워드는 '민생'과 '정권심판'  
 
▲ ‘정치 1번지’ 종로 지원 나선 이재명 “노무현 대동세상... 곽상언이 이룰 것” ⓒ 유성호

이 대표가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총선을 한 달께 앞둔 4일 본격적인 선거 유세 행보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첫 번째 행선지를 서울 종로로, 키워드는 '민생'과 '정권심판'으로 골랐다. 종로의 민주당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5분께 지지자들의 연호를 받으며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근처에 위치한 곽 후보의 선거 사무실로 들어섰다. 이 대표가 등장하기 전부터 사무실은 100여명의 종로 거주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지지자들에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사무실로 들어선 이 대표는 '다시, 종로답게!'라는 슬로건이 적힌 곽 후보 유세 현수막 앞에 섰다.

이 대표는 "들어오면서 '괜히 왔다'고 생각했다"며 "(종로는) 안 와도 될 정도로 열기가 많고, 너무 잘하고 계신데 다른 데를 갈 걸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현장에서는 "아니다"라거나 "잘 오셨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이 대표는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고 불린다, 그 만큼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며 "저희가 공천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서 현장에 가기로 했는데 첫 번째 (현장이) 곽 후보가 있는 종로다. 특별히 (종로를) 선택한 의미를 아시겠죠"라고 첫 번째 행선지로 '종로'를 찾은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표는 또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종로에서 곽 후보가 반드시 이뤄줄 것을 믿는다"고 말하며 곽 후보를 향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이날 곽 후보의 선거사무실 왼편에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가 '정권 심판' 역할을 하리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이 2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우리 모두 상상도 못할 민주주의 파괴와 역사적 퇴행을 만들어냈다"며 "희망의 싹을 모두 잘랐다"고 부정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다시 희망을 되살리고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들께서 '오늘보다 내일이 낫겠다', '더 나빠지지 않겠다'고 믿을 수 있는 세상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말이 끝난 후 곽 후보는 "이 대표가 특별히 종로를 처음으로 방문해주신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종로에서 이뤄지면 전국에서 이뤄진다. 그 시작을 종로구민께서 움켜쥐어주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민생 행보' 이어간 이재명... "이대로 못 살겠다면 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곽상언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곽상언 변호사가 4일 창신시장의 한 전집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변호사를 종로구에 단수 공천했다.
ⓒ 공동취재사진
이후 이 대표와 곽 후보는 근처 '창신시장'으로 이동해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약국과 전집, 족발가게 등 시장 곳곳에 들러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유세를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국민들로부터 위임 받은 권력으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여러분들이 다 보고 계시다, 경제가 다 망가졌다"며 "한 달에 50만 원이던 대출 원리금이 150만 원이 됐는데 한 달에 200~300만 원 벌어 원리금을 갚으면 어떻게 사냐, 전세 사기로 수만 명이 길바닥에 나 앉아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기후 미래'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RE100'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떻냐"고 말한 사실을 꼬집기도 했다.

이 대표는 "모르면 배워야지, 모르는 게 자랑이라고 몰라도 된다고 하냐"고 지적했다. 또 "곧 화석 연료로 생산된 에너지로 만든 제품은 팔 수 없는 시대가 오는데 전 세계에서 재생 에너지 비율이 7%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수출기업들이 수출을 하려면 생산기지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은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께서 지금까지 주어진 권력으로 제대로 살림을 했느냐, 대리인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 했느냐 (평가)하고 (아니면) 벌을 주는 때"라며 "(윤석열 정부가) 잘 했으면 다시 권력을 주고 '지금도 살만하다', '앞으로 이 상태가 계속돼도 상관 없다'고 한다면 국민의힘을 다시 찍어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러나 이대로는 못 살겠다 생각한다면 심판의 표를 던져서 이번 총선에서 쓴맛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언행 문제삼은 시민에... "같이 싸우면 똑같은 사람" 답하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곽상언 종로구 후보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에서 한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이날 이 대표는 유세 내내 그를 연호하는 목소리에 둘러싸였다. 이 대표를 처음 본 시민들의 관심과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세 걸음에 한 번씩 멈춰섰다. 이 대표는 자신에게 '셀카'를 부탁하는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가게에 들러 먼저 악수를 청하며 곽 후보를 소개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이었다. 이 대표는 도중 시민들을 향해 "이재명 대신 곽상언을 불러달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대표를 처음 본 한 10대 청소년은 그와 만난 직후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이재명과 만났다"며 소식을 전했다. 이밖에도 "너무 좋다"며 소리를 지르거나 이 대표에 포옹을 요청한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의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언행을 문제삼은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이 한 비대위원장의 언행을 지적하며 "어떻게 좀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자 이 대표는 "같이 싸우면 똑같은 사람 된다"고 대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4일 서울 종로 곽상언 후보자 사무실 지지방문에서 곽 후보자와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곽 후보의 부인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딸인 노정연씨.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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