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밤사이 변심했다"...탈당 회군 뒤에 文 있었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해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페이스북에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라고 한 문장만 올렸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임 전 실장을 서울 중-성동갑에서 컷오프한 지 1주일 만이다. 그간 임 전 실장은 당의 공천 배제에 반발하며 출마 의사를 피력했고, 지난 2일에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임 전 실장이 곧 탈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임 전 실장의 메시지는 탈당 대신 잔류였다. 임 전 실장의 한 측근은 “(임 전 실장은) 탈당하지 않는다”라며 “당분간 쉬면서 앞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과제를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임 전 실장과 소통해 온 한 의원은 “전날(3일) 밤까지 탈당할 생각이었으나 밤 사이 생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임 전 실장에 대해 “정권 심판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주시면 더욱 고맙겠고, 당도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일각에선 “밤 사이 지도부가 선거대책위원장 등 카드를 제시하며 만류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특히 3일 밤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 문제를 놓고 “최대한 예우해야 한다”, “당의 자산인데 이렇게까지 되는 게 안타깝다” 등 의견이 나왔고, 홍익표 원내대표가 “제가 소통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다만 홍 원내대표는 4일 통화에서 “임 전 실장 얘기에 대해선 당분간 언급하지 않겠다. (탈당하지 않은 건) 스스로의 결심”이라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도 뒤늦게 임 전 실장을 만나려고 여러 경로로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는 않은 거로 안다. 선대위원장 등 당직을 맡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선 “임 전 실장이 총선 이후를 위해 일보 후퇴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4월 총선 이후 지도체제 변화나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차기를 모색할 것이란 얘기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이후 대안 세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당내에서 준비하겠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당내 인사는 “결정적 고비에서 뒤로 물러서는 것은 리더로서의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는 것”이라며 “친문의 구심으로서 정치인 임종석의 효용성은 사실상 시효가 끝났다고 본다”고 전했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에 남아 후일을 도모하라’고 만류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임 전 실장은 3일 광주에서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광주시장과 만났다. 최근 탈당을 고심 중인 홍영표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을 밝히면서 “문 전 대통령님께 민주당과 총선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말씀드렸고, (대통령께서)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히셨다”고 썼다.
임 전 실장의 합류를 기대했던 새로운미래(이낙연ㆍ김종민 공동대표)는 당혹감을 표출했다. 당초 3일 광주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임 전 실장과의 회동 이후 일정을 미룬 이낙연 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는 전혀 저와 통하지 않았다”며 향후 연락에 대해 “사람인데 연락은 하겠죠”라고 답했다.
한편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0 국회의원 선거를 광주에서 치르기로 결심했다”며 “지역구는 좀 더 협의해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출마지로는 개혁신당 양향자 의원이 현역인 광주 서을이 유력 거론된다. 이 대표는 최근 민주당 공천에 대해 “이렇게 심한 공천 파동을 겪고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없었고 총선에서 참패하면 정권 교체도 어렵다”며 “광주시민 여러분이 사랑하셨던 ‘진짜민주당’의 정신과 문화를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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