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직전까지 갔던 임종석, 왜 막판에 멈췄을까
전략적 판단, 원로 설득 가능성 등 해석 분분
"분당 막았지만, 긴장감 떨어뜨려 악재일수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컷오프)에 반발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새벽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격적으로 내놨다. 컷오프 등 공천 갈등으로 긴장감이 커졌던 민주당은 탈당 가능성이 점쳐졌던 임 전 실장의 ‘컷오프 수용’ 결정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의 결정에 대해 ‘장기전’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에서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이 막판 설득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앞서 임 전 실장은 민주당이 서울 중구성동구갑에 자신을 공천하지 않는 것을 확정 짓자 2일 오전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전날인 3일에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회동한 사실도 알려져 ‘임 전 실장이 탈당 후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3단어의 짧은 문장으로, 잔류를 알렸다.
임 전 실장의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일단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당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준 것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권 심판이라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합쳐 주면, 더욱 고맙겠다. 당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임 전 실장이 탈당을 결심했다가 번복했다는 점이다. 이석현 새로운미래 고문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어제(3일)저녁 7시에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임 전 실장에게 전화했을 때 ‘탈당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래서 이 대표가 3일에 광주 출마 선언을 하려던 것을 미뤘다"고 전했다. 이 고문의 발언대로라면 불과 12시간 만에 임 전 실장은 마음을 바꾼 셈이다. 실제 임 전 실장의 말들은 ‘결별’을 향해가는 모양새였다.
왜 그는 마음을 바꿨을까,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을까.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이나, 당권을 의식해 ‘희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 전 실장의 당 잔류 결정은 장기적인 포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굴욕을 참으며 당내에 머물다가, 총선 후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당내에서 비이재명 진영의 리더가 되거나 이재명을 대신하는 리더로 떠오르는 기회를 잡으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임 전 실장의 탈당은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로서는 가장 큰 상처였을 것이다. 이낙연 대표로서는 최소한 5석 이상의 의석을 얻을 명분이 생기는 그림이었다"며 "그러나 임 전 실장은 차기 대권주자로 방향이 있는 사람이다. 당에 남으면 당권이나 대권 모두 해볼 만하게 된다. 민주당 당원들이 모두 임 전 실장의 결단을 고마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임 전 실장의 결정으로 민주당의 분당 우려는 불식됐고, 줄탈당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략적 판단만으로는 부족하다. 막판 마음을 돌렸을 때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윤영찬 의원 등 동지들이 임 전 실장 영향을 받아 당에 잔류했다. 이들이 임 전 실장 탈당에 찬성했을 리 없다"며 "그동안 임 전 실장이 취했던 스탠스(태도) 때문에 잔류한 사람들에 발목이 잡혀 결단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평론가 역시 전략적 판단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봤다. 그는 "남았다는 것은 총선 이후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임 전 실장의 결단이 결국 당내 긴장감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안 찍으려면 우리를 찍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될 것인데, 그럴수록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할 이유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 등 원로들의 막판 설득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병천 신성장연구소 소장은 "임 전 실장의 최근 행보는 탈당을 향한 빌드업을 갖춰가는 것이었다"며 "문 전 대통령 또는 이에 버금가는 인물이 움직였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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