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누가 당선되든 韓에 도전이자 기회" [중앙일보-CSIS 포럼]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한국에는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한·미 동맹과 2024년 미국 대선’을 주제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 1세션에서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한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현재 미 대선 후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양강 후보로 사실상 압축됐다.
특히 햄리 소장은 “미국이 중국을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대응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피하게 하는 데 한국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이 미국과 협력해 미국의 대중국 정책 방향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국제정치 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적절한 상대가 돼 많은 것을 함께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좌장을 맡은 1세션에선 이처럼 트럼프 재선시 후폭풍에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부정적으로만 예단하긴 이르다”, “에너지·방위산업·우주 분야에선 더 협력할 것”, “한·미 동맹은 큰 틀에서 유지·발전할 것” 등의 의견이 나왔다. 다음은 주요 발언.
▶존 햄리 CSIS 소장=바이든이나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하원의 주도 세력이 다른 미 의회의 권한은 약화되고 행정부의 권한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각을 구성할 인재 풀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수의 강성파가 백악관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재선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당장 중단하려고 들 것이다. 대만 문제에선 군사적 이슈가 아닌 경제 이슈로 끌고 갈 공산이 크다.
과거 트럼프를 상대할 수 있었던 지도자 중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돋보였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적절한 상대 정상이 될 것이라 본다. 가능한 많은 것을 함께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한·미 동맹은 동시다발적인 복합 위기에 대부분 영향을 받는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그 진폭이 커질 수 있다. 바이든이 재선하면 (확장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한) 캠프 데이비드 합의 등을 구체화하는 등 기존 논의를 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특히 핵협의그룹(NCG)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핵을 공유하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근접한 수준까지 핵무기에 대한 전략 기획·실행 능력을 격상할지가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상당히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일어날 한·미 관계의 변화를 예단할 필요가 없다. 동맹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새 행정부에 얼마나 포진하는지에 따라서 조정의 여지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뿐 아니라 ‘동맹을 더 위대하게(Make Alliance Great Again)’ 만들기를 기대한다.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이번 미 대선의 성격상 선거에서 외교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누가 당선되든지 현재의 지정학적인 상황을 봤을 때 동맹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미 동맹을 ‘제도화된 동맹’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과거에 관심을 나타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경우 현 협정(6년 기한, 2025년 만료)을 선거 전에 재협상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데 찬성한다.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겠다’고 말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관여하는 등 제도적인 맥락에서 이를 관리해나갔다.
트럼프의 관심이 높은 에너지와 방산, 우주 등의 분야에선 오히려 한·미가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는 등 역내 안정이 유지됐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이런 점을 잘 활용해 국익과 안보 강화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우리가 복합 위기에 대해 복합 해법, 복합 대응, 복합 전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금 단순하거나 단일한 해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 대선은 세계 차원에서 중대 선거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전 문제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민주주의가 급변하고 있지만, 한·미 동맹은 좀 독특하다. 북·중·러 협력이 강화될수록 한·미 동맹이 강화되고, 한반도를 넘어서 세계 평화에 대처하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1954년 상호방위조약 발효 이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일방의 필요가 아닌 한·미 공동의 필요에 의해서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동맹은 한반도 안보와 평화의 중요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작은 나토’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바이든이 당선되든 트럼프가 당선되든 도전과 기회는 공존한다. 한국 입장에선 그 도전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은 지난 70여 년 간 안보와 경제, 자유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강력한 탄력성과 내구성을 보여왔고, 앞으로도 이런 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미 간, 또 포괄적인 동맹 차원에서 협력할 수 있는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실천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 간에 ‘방위비 분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역할 분담’이다. 한국의 능력이 올라갈수록 미국의 기대 수준도 상승하고,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뤄지면 한반도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기여할 수 있는 폭과 깊이가 더 커질 것이다.
■ ◆중앙일보-CSIS 포럼
「 2011년부터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포럼. 한국과 미국의 전·현직 대외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한 양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동북아 정세와 미래 아시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다. 1962년 설립된 CSIS는 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다.
」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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