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동대구역에 '박정희 광장' 검토... 시민단체 "시대착오적 발상"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고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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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고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홍 시장은 3.1절인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달빛철도 축하행사 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 업적의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며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 업적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스러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구·광주가 달빛동맹으로 서로 힘을 합치고 있는 마당에 대구·광주를 대표하는 두 정치 거목들의 역사적 화해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참 많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은 어떠할지 검토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대구경북에서 기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이는 홍 시장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 등이 주축이 돼 '박정희대통령동상건립추진위원회(박동추)'를 출범하고 동대구역 광장이나 대구 시내 중심가인 반월당네거리에 동상을 세우겠다고 주장했다.
박동추 공동위원장에는 박상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6명이 이름을 올리고 김범일·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김문수 대통령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조갑제 조갑제닷컴대표 등이 고문을 맡았다.
추진단장을 맡은 김형기 명예교수는 홍 시장의 동상 건립 주장에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는 것을 제1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홍준표 시장의 검토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명예교수는 "현재 동상모형 제작이 1차 완료되고 수정보완을 위한 검토 단계에 있다"며 "박동추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홍 시장을 면담해 그간의 추진상황을 전달하고 동상건립을 위한 민관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7주년이 되는 오는 11월 14일 동상 제막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6돌 숭모제 및 기념행사'에서 '박정희 대통령 탄신일을 기념하는 날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있는 박정희 동상. 높이가 5M에 이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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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홍 시장이 총선을 앞두고 독재자의 동상을 광장에 세우겠다고 하는 것은 시민들을 모독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정희는 독재자로서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홍준표 시장의 독선, 일방적인 행정 등이 여실히 드러나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 있을 것이라고 보여지지만 이런 문제로 또다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나 지역사회의 갈등을 야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홍준표 시장이 이미 박정희에게는 분명히 과가 있다고 인정한 바가 있다"며 "기습적으로 총선을 앞두고 발표하는 건 상당히 불쾌한 행동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4일 논평을 통해 "하필이면 왜 이 시기에 동대구역 광장이 '박정희 광장이 되어야 하는가"라며 "명칭을 바꾸고 동상을 세운다면 두고두고 흉물 논란에 비웃음거리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구시당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장면 정부의 산업개발위원회가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작한 일"이라며 "박정희의 혜안에서 나온 계획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 압살은 이미 적나라하게 밝혀져서 더 말할 것이 없다"며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암살된 아버지 대통령과 최초로 탄핵된 딸 대통령의 헌정 유린을 기린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대구시당은 "홍준표 검사에게 임용장을 준 것이 박정희가 총애했던 전두환인 것을 보면 결국 두 번의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노선을 따라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대선을 준비하는 홍준표 시장의 향후 가도가 심히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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