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거리에 던진 의사들의 윤리의식

배경환 2024. 3. 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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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에 대한 사상 초유의 행정·사법 처리 절차가 시작된다.

집단 사직에 나선 전공의에게 복귀 시한으로 통보한 시점은 나흘이나 지났고 주말에도 정부가 '선처'를 내걸며 복귀를 촉구했지만, 의사들은 결국 국민들에게 등을 돌렸다.

이럴수록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을 인질로 한 의사들의 이런 행태에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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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에 대한 사상 초유의 행정·사법 처리 절차가 시작된다. 집단 사직에 나선 전공의에게 복귀 시한으로 통보한 시점은 나흘이나 지났고 주말에도 정부가 '선처'를 내걸며 복귀를 촉구했지만, 의사들은 결국 국민들에게 등을 돌렸다.

그나마 대화의 틈을 기대하고 있던 정부의 바람도 물 건너갔다. 삼일절 연휴까지 여유를 두고 복귀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기류였지만 이들은 되레 거리로 나가 '총궐기대회'를 갖고 "정부가 우리 의사들을 계속 몰아붙인다고 해서 현재 우리가 생각한 길, 경로 이탈은 없을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앞으로 펼쳐질 사태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정부의 의지대로라면 미복귀자들은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 업무개시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들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미 경찰이 보건복지부 고발 사흘 만에 압수수색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공의 약 1만여명이 수사를 받거나 면허가 정지되는 상황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피로도와 참을성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지난 주말, 일부 의사들이 여론전에 쓰겠다며 새가 의사 가운을 입고 진료하는 과정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이미지를 온라인상에 올렸지만, 환자들의 반발까지 더해졌다. 전공의들이 "업무개시명령으로 계속 일해야 하는 필수의료 의새"라고 달아놓은 설명에 걸린 "전공의들이 그동안 어떤 마음가짐으로 환자를 대했는지 알겠다"는 푸념이 지금 국민들의 속내다.

의사의 소명을 방기하는 이런 행동은 현장을 지키는 동료 의료인들의 의지까지 꺾고 있다. 이들은 번아웃을 호소하며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는 속내도 꺼낸다. 의사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의사 역할을 일부 대신할 수 있도록 관련 진료 행위를 한시적으로 합법화까지 했으니 이미 비상사태나 마찬가지다.

이럴수록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을 인질로 한 의사들의 이런 행태에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지켜야 한다.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반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사태 등 정부가 매번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이겨내지 못한 탓에 이번 사태가 야기된 점도 없지 않다. 지금 당장 의대 정원 확대에 나선다고 해도 양성 기간을 고려하면 10년 후에나 원활한 의사 수급 시스템이 갖춰진다.

따지고 보면 정부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혜를 뜨더귀로 내놓은 상태다.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의 수가 인상 방안은 물론, 의사들을 달래겠다며 필수 의료 행위를 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에도 형의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까지 내놨다.

이제 정부 손에 남은 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카드와 '법치주의 확립' 뿐이다. 환자에게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사들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에도 이들에게 양보하고 구제책을 던진다면 의료개혁은커녕 철밥통을 더욱 굳건히 지켜주는 구실만 제공할 뿐이다.

지난주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은 졸업생들에게 "의사가 숭고한 직업이 되려면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 의식도 윤리 의식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지만,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신뢰를 찾고 권익을 챙기려면 스승의 충고를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 사회부 배경환 차장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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