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경영]300년만 재개된 러시아의 '대북방전쟁'

이현우 2024. 3.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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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200년 만에 중립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확정지으면서 러시아가 발트해에서 완전히 고립됐다.

300여년 전인 1700년, 발트해를 둘러싸고 21년에 걸친 기나긴 전쟁을 겪었던 스웨덴과 러시아 간 '대북방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러시아 여당을 중심으로 이달 5번째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북방전쟁 당시 지도자인 '표트르 대제'에 빗대며 선전하는 이유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연결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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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스웨덴이 200년 만에 중립정책을 완전히 폐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확정지으면서 러시아가 발트해에서 완전히 고립됐다. 발트해를 둘러싸고 있는 독일과 폴란드, 발트3국에 이어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모두 나토에 가입하면서 발트해가 나토의 호수가 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나토는 1949년 창설 이래 가장 많은 회원국을 보유하며 외연적 확장을 이뤘지만 러시아와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발트해를 되찾아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들이 쏟아진다. 300여년 전인 1700년, 발트해를 둘러싸고 21년에 걸친 기나긴 전쟁을 겪었던 스웨덴과 러시아 간 ‘대북방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러시아에 발트해는 18세기나 지금이나 목줄과 같은 곳이다. 러시아 본토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유일한 항로가 발트해 항로뿐이기 때문에 이곳이 막히면 수출·수입에 모두 큰 지장이 생긴다. 수십 년에 걸쳐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유럽으로 향하는 송유관과 가스관들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주요 고객으로 떠오른 중국과 인도로 향하는 가스관은 아직 미비하다.

여전히 수많은 유조선이 발트해를 거쳐야만 중국과 인도로 향할 수 있는데 항행 안전 보장이 어려워진 것이다. 더구나 현재 러시아 석유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피해 움직이는 전문 석유 밀수단으로 구성돼있다. 나토가 이러한 석유 밀수단 단속을 근거로 발트해에서 러시아 석유를 운송하는 유조선들의 움직임을 봉쇄하면 대러제재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극심한 경제제재로 변할 수 있다.

러시아 정부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반발하며 위험한 수사를 일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러시아 여당을 중심으로 이달 5번째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북방전쟁 당시 지도자인 ‘표트르 대제’에 빗대며 선전하는 이유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연결돼있다.

러시아의 목줄을 쥐게 된 나토도 마냥 편하진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유럽 주요국의 비축용 포탄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앞으로 최소 10년간은 러시아의 군사도발 없이 평화가 유지돼야 러시아와 정면대결 시 맞대응할 만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 재무장 시간을 러시아가 가만히 기다려줄 리가 없다. 벌써부터 우크라이나의 인접국인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 트란스니스트리아 자치정부가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 러시아와 접경지역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러시아에 구원요청을 한 것과 오버랩되면서 확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몰도바가 제2의 전장이 되면 우크라이나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가 펼쳐진다. 몰도바 자체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몰도바와 같은 민족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이웃나라 루마니아는 나토 회원국이다. 몰도바와의 통일을 국가과제로 여기는 루마니아가 러시아의 몰도바 침공을 묵인하지 않을 경우 정말로 나토와 러시아 간 직접 대결이 발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러시아의 21세기판 대북방전쟁 시나리오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사이, 연해주와 인접한 동북아시아 국가들도 러시아의 도발위협에 놓여있다. 러시아는 러일전쟁 이후 늘 유럽과 동북아시아 전선에서 팽창정책을 번갈아 진행하며 서방의 세계전략을 뒤흔들곤 했기 때문이다. 그 한복판에 서있는 한반도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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