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는 지금]⑥스톤브릿지벤처스 "LP들의 원픽이 되는 VC 만들 것"
반도체·인공지능 전문 VC
"회사의 성장 동력은 다양성"
편집자주 - 벤처캐피털(VC)은 자본시장의 최전방에서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초기 기업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탓에 VC 업계도 부진을 겪고 있지만 될성부른 기업을 물색하고 키우는 노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업력과 노하우를 축적한 초대형 VC에서부터 신생 VC까지 다양한 투자사를 만나 투자 전략과 스토리를 들어본다.
"출자자(LP)들이 벤처캐피털(VC)을 떠올릴 때 원픽이 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톤브릿지벤처스 사무실에서 만난 유승운 대표는 "단순히 외형적인 숫자보다는 LP들이 기억할 때 떠오르는 회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2017년 스톤브릿지캐피탈(현 스톤브릿지홀딩스)의 벤처캐피털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자산규모(AUM)는 1조3336억원에 달한다. 설립 이후 약 270여개사에 약 1조110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를 통해 총 9개(두나무, 펄어비스, 무신사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기업을 배출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딥테크 산업을 주력으로 투자하는 VC로 진화하고 있다.
유 대표는 CJ창업투자, 소프트뱅크 벤처스 아시아, 카카오벤처스를 거쳐 2019년부터 스톤브릿지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그는 AUM 규모를 1조원 넘게 키우는 등 스톤브릿지벤처스를 대형 VC로 만든 인물이다.
AUM 1조4000억원의 대형 VC…성장동력은 '다양성'
그는 "5년 동안 회사를 맡았는데 외형적인 변화로는 AUM"이라며 "VC 펀드와 사모펀드(PE)를 합치면 총 1조4000억원 정도가 될 정도로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성공에 대한 경험을 내재화시킨 것"이라며 "성공 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큰 만큼 이 부분을 회사에 심어줬다는 것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회사 성장의 핵심 원동력으로 '다양성'을 꼽았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회계사 출신을 비롯해 증권사, 제약사 및 반도체 제조 엔지니어와 대기업 전략 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있던 전문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유 대표는 "비슷한 사람들로 이뤄지면 투자의 범위가 편협해질 수 있다"면서 "스톤브릿지의 특징은 투자팀이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앞으로 어떤 기술이 더 발달할지 혹은 새롭게 개화되는 시장이 있다면 구성원이 다양화될 필요가 있다"며 "스톤브릿지벤처스를 맡은 후 그 부분을 가장 중요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VC가 경색되는 것을 경계했다. 유 대표는 "어느 집단이든 비슷한 사람이 모여있으면 위험하다"며 "몇 번은 맞을 수 있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결국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서로가 더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지난해에도 여러 투자와 회수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회수는 AI 반도체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다.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오픈엣지테크놀로지에 투자한 건 2018년이다. 이때부터 4회에 걸쳐 총 115억원을 투자했다. 최종 회수금액은 540억원 안팎으로 최초 투자 후 5년 만에 멀티플(배수) 4.7배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최초 발굴부터 시작해 그 이후의 모든 투자를 주도했다"며 "스톤브릿지벤처스의 노력과 판단 등 모든 부분이 들어간 투자건으로 기억에 남는 투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공 와우(달팽이관) 제작 업체인 '토닥'도 의미 있는 투자 사례로 꼽았다. 토닥은 세계 10개 미만의 기업만이 생산하는 인공 와우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이다. 인공 와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투자를 결정할 때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회사인지를 본다"며 "토닥은 인공 와우 시장에 혁신을 줄 것으로 믿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토닥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단순 투자로 돈을 회수하는 것보다는 귀가 불편한 분들에게 제품을 더 싸게 만들어서 보급하게 되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PE 펀드를 통해 투자했던 엔켐도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엔켐은 고객사의 해외 투자에 발맞춰 다른 업체보다 빠르게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등 빠른 순발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갖춘 곳"이라며 "기업설명회(IR) 당시 세계 1등을 위협할 수 있는 계획을 듣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술의 한류 올 것…AI 솔루션 기업 주목"
올해 성과가 기대되는 곳으로는 3곳을 꼽았다. 아이디어허브(특허 수익화)와 온코닉테라퓨틱스(개량신약), 에이피테크놀로지(식품소재)다. 이 3곳 모두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유의미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아이디어허브는 특허 관리 전문기업이다. 국내외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 매입한 특허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권리를 주장한 뒤 로열티(특허권 수익)를 받는 사업을 한다. 그는 "아이디어허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허권을 수익화하는 기업"이라며 "외국 기업에 공격당하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등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제일약품의 자회사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자스타프라잔'를 비롯해 다양한 신약을 만든다. 자스타프라잔은 1700억원 규모로 중국에 기술 수출되기도 했다. 그는 "자스타프라잔은 국내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시판을 할 예정으로, 이 제품이 좋은 캐시카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바이오 기업들에 안 좋은 소식만 있었지만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상장이 되면 좋은 시가총액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피테크놀로지는 사람의 모유에 존재하는 모유 올리고당의 제조 공정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적용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다. 주력으로 생산하는 물질은 2'-FL다. 이 물질은 사람의 모유에만 존재하는 희귀당이다. 체내에서 염증성 물질 분비 억제, 장내 유익균총 마이크로바이옴 형성 등 면역 증진과 두뇌 발달에 기여한다. 그는 "에이피테크놀로지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2'-FL을 생산하는 업체"라며 "이미 프랑스 바이오 식품 업체인 로케트그룹과 계약을 맺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국내 VC 업계가 위축된 상황에서 지난해 약 2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이 중 지난해 말 1825억원 규모로 결성한 펀드는 멀티 클로징을 통해 올해 1분기까지 2500억원 규모로 불릴 예정이다. 그는 "스톤브릿지벤처스가 그동안 보여준 퍼포먼스를 비롯해 꾸준한 커뮤니케이션 등이 LP들에게 좋게 보여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한국에서 강점을 갖고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이른바 기술의 한류다. 이 중 AI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한류가 이제 단순히 문화뿐만 아니라 산업에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대단위 첨단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 기업의 경우 해외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관련 기업들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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