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빼고 다 바꾼다더니...與, 3선 이상 컷오프 단 1명 뿐
더불어민주당이 친명횡재 공천이라면 국민의힘은 현역·친윤 우세 공천이 이어지고 있다.
3일 현재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영환 고려대 교수)는 지역구 254곳 가운데 212곳(83%)의 공천을 마무리했다. 현역 교체 비율은 16%(90명 중 14명)에 불과하다. 불출마 7명, 경선패배 6명, 공천배제(컷오프) 1명이다. 4년전 총선에서 현역 교체비율이 43%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물갈이’ 대상으로 떠올랐던 3선 이상 현역 31명 중 컷오프된 경우는 김영선(경남 창원의창) 의원 1명뿐이다. 김 의원은 전체 지역구 현역을 통틀어서도 유일한 컷오프 대상자다.
특히 친윤계 공천은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 상당수는 단수공천을 받았다. 김기현 전 대표 등 영남권 친윤계는 경선을 치렀지만 “조직력에서 원외 경쟁자를 압도할 것”이란 예상처럼 대부분 현역 완승이었다. “와이프와 아이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인요한 전 혁신위원장)며 지난해 말부터 당내에 이어진 쇄신 흐름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현역·친윤에게 유리한 ‘시스템 공천’에 안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에 수도권에서는 전략부재가 드러나고 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날 “한동훈 위원장에게서 싸워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서울 강서을 출마를 선언했다. 서울 영등포을에서 예비후보로 활동하던 박 전 장관은 지난달 27일 경선 포기를 선언했는데 돌연 출마지를 옮긴 것이다.
지난해 12월 박 전 장관이 장관직을 역임했던 시절부터 경기 분당을 출마를 노렸었던 것을 감안하면 석달 사이에 경기 분당을→서울 영등포을→서울 강서을 등으로 지역구를 옮겨 다닌 것이다.
파열음도 나오고 있다. 공관위가 김현아 전 의원을 단수추천했던 경기 고양정에 지난 2일 김용태 전 의원을 우선추천(전략공천)해서다.
앞서 김현아 전 의원은 공천심사에서 단수공천됐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당 지도부가 뒤늦게 문제 삼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단수 추천의 경우에는 우리 스스로 분명해야 하고, 자신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재검토→컷오프’의 과정을 밟았다.
이에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똑같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수사 중인 어떤 사람은 단수공천을 유지하고 왜 김현아만 취소하느냐”고 적었다. ‘쪼개기 후원’ 논란에도 서울 구로을에 단수공천된 태영호 의원을 거론한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또 “돈봉투 영상까지 공개된 어떤 사람은 경선 붙여주고, 조작된 녹취록 공개된 김현아에게는 경선 기회도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도 했다. ‘돈봉투 CCTV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의원을 공관위가 컷오프하지 않고 경선을 붙인 것을 지적한 말이다. 김 전 의원은 4일 공관위에 공식 이의제기를 신청할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경기도 일산은 전반적으로 민주당 우위 지역인데 이렇게 공천 잡음까지 생기면 어떡하나. 당 지도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거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노원갑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컷오프된 장일 전 노원을 당협위원장은 3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분신 시도를 했다가 방화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전날에도 같은 시도를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쇄신없는 공천’이라고 지적을 받자 일부 인사를 험지로 보내는 ‘면피용 쇄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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