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죽만 벗겼다…이재명 지도부 91% 공천 '또 친명횡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의 91%가 경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직행했다. ‘이재명의 민주당’ 공천의 성격을 규정했던 ‘친명횡재’란 표현이 최고위원 및 핵심 당직자들의 대거 단수 공천을 통해 재차 증명됐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2일 인천 계양을에 이재명 대표, 경기 시흥을에 조정식 사무총장을 각각 단수 공천했다. 임 위원장은 “이 대표와 조 총장의 경우 (경쟁 후보들과) 워낙 점수 차이가 많이 났고, 다른 예에 비춰봤을 때도 충분히 단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돼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쉽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민주당의 공천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중앙일보 분석 결과, 민주당 최고위원과 핵심 당직자 등 주요 인사 23명 중 91.3%(21명)가 본선에 직행했다. 경선 후보로 발표된 뒤 경쟁자의 탈당으로 사실상 단수 후보가 된 경우(박정현 최고위원)까지 포함하면, 단수 공천 비율이 95.7%(23명 중 22명)로 올라간다. “(이재명 대표가) 자기 가죽은 벗기지 않고 남의 가죽만 벗기느라 손에 피칠갑을 하고 있다”(홍영표·지난달 27일 의원총회)는 비판이 현실화된 셈이다.
우선 최고위원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본선에 직행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서울 마포을)·박찬대(인천 연수갑)·장경태(서울 동대문을)·서영교(서울 중랑갑)·서은숙(부산 부산진갑) 등 최고위원은 각자 지역구에서 단수 후보자로 지정됐다. 홍익표 원내대표(서울 서초을)와 고민정 최고위원(서울 광진을) 등 친명계와 거리가 있는 지도부 구성원도 일찌감치 단수 공천을 확정지었다. 원외 인사인 박정현 최고위원이 유일하게 2인 경선 주자로 발표됐는데, 그의 맞상대인 비명계 박영순 의원이 득표율의 30%를 감산하는 ‘의원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것에 반발해 탈당하면서 단독 후보가 됐다.
친명계 인사로 구성된 핵심 당직자 그룹에서는 서울 중-성동을서 2인 경선을 치르는 박성준 대변인을 제외한 전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국회의장 출신을 제외한 5선 이상 이른바 ‘초(超)중진’ 가운데 유일하게 단수 공천을 받았다. 앞서 민주당은 변재일(5선)·안민석(5선) 의원을 컷오프 했고, 설훈(5선) 의원은 ‘하위 10%’ 통보에 반발해 탈당했다. 조 총장에 대해선 ‘현역 배제 여론조사’ 등을 둘러싼 책임론이 거셌다. 당 안팎에서 컷오프 설이 돌기도 했지만 결국 그의 건재함만 확인됐다.
공관위 간사·후보자검증위원장 등 공천 실무를 총괄한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도 서울 동작갑 단수 공천을 받았다. 김윤덕 조직사무부총장(전북 전주갑), 박상혁 디지털사무부총장(경기 김포을)도 경선 없이 후보로 확정됐다. 권칠승 수석대변인(경기 화성병), 강선우 대변인(서울 강서갑), 김영진 정무조정실장(경기 수원병),박주민 원내운영수석(서울 은평갑), 유동수 원내정책수석(인천 계양갑)도 단수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달 25일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 단수 공천을 받은 뒤, 이 대표에게 “친명 이개호는 들어가보겠습니다”(지난달 28일 홍제동 헬스장)라고 인사했던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뒤에야 단수 추천을 받았다. 당 재심위원회가 같은 날 그의 지역구에 대해 3인 경선 결정을 내렸고, 이를 지난 1일 최고위가 격론 끝에 기각한 것이다. 이밖에 친문계이면서도 당직을 보유했던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전북 익산을),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서울 관악을)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천에 “순도 100%의 친명만이 존재하는 찐 이재명의 사당으로 만들려는 치밀한 작업”(박정하 수석대변인·3일)이라는 등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도 “19대 총선의 임종석 당시 사무총장 불출마, 21대 총선의 이해찬 당시 당대표 불출마 같은 지도부 희생이 전혀 없으니 공천 잡음은 불가피하다”(보좌관)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김민석 총선상황실장은 3일 “정해진 룰대로 당원과 주민들의 객관적 다면 평가와 심사를 거쳐서 상당한 교체와 변화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민주당 공천의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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