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희망 없어… 당장 힘 없지만 개혁신당 씨앗은 뿌려야”
김종인 위원장이 개혁신당이라는 작은 배에 승선했다. 직함은 공천관리위원장.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제각각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기용돼 거대 여야의 비상대책위원회를 모두 이끌어 본 한국 정치사의 유일한 인물이다. 민주당에서는 비대위 대표였고, 국민의힘에서는 비대위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개혁신당의 공관위원장을 맡아 오는 4월 10일 총선에 다시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사실 예전에는 ‘제3정당’의 출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면서 “그런데 거대 여야 두 당을 이끌어보고 이 두 당을 가지고는 한국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나 스스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만난사람= 하윤해 정치부장
김 위원장은 개혁신당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와 관련해 “새롭게 시도하는 이 사람들이 짓밟혀서 싹도 크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좀 희생하더라도 도와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개혁신당이 지금은 힘이 없지만 씨앗이라도 뿌려야 한다”면서 “그 씨앗을 밟아버리면 한국에 아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혁신당의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의 정당 지지율은 3%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여론조사기관의 지금 여론조사 결과대로 총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기간에 판세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민일보는 2일 오후 김 위원장의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경기 화성을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 대표가 앞장서서 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이 동탄을 끼고 있어서 주민 연령층이 가장 젊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리고 개혁신당 금태섭 예비후보의 서울 종로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지난 1일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만난 개혁신당 지도부 인사들이 이 대표에게 ‘대장이 제일 먼저 어디 용감하게 투입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지금 개혁신당 지지율이 기대치보다는 낮은데.
“2006년 7월 서울 성북을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내가 당시 민주당 공천심위원장으로서 조순형 후보를 공천하고,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배할 때 아니냐. 여론조사를 보니까 조 후보가 12%로 세 당 중에서 꼴등이었고, 1등 후보가 48%였다. 그런데 그 선거를 조 후보가 이겼다. 선거가 39일 남은 시점(2일 기준)에서 유권자들의 심리는 많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여론조사를 갖고 얘기하는 것이 반드시 맞는다고 보지도 않는다.”
-이준석 대표가 2006년 조순형 후보처럼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앞으로 선거운동을 어떻게 잘 전개하고, 어떤 선거 전략을 짜서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혁신당이 한국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지금 출발하는 정당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고 본다. 다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래서 이준석 대표에게 계속 충고하는 것이 뭐냐면 거대 양당 체제에서 개혁신당이 왜 필요한지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주고, 무엇을 개혁할 것인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비명 횡사’ 논란이 벌어지는데, 총선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가.
“다른 당의 공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래도 한 말씀 해주신다면.
“민주당의 경우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배경에 없는 야당인 데다가 그동안 현역 의원 수가 너무 많다 보니까 지금 공천 과정에서 소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주당의 공천을 ‘혁신 공천’으로 볼지, ‘공천 파동’으로 볼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민주당 공천 내분이 총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이 끝나면 자연적으로 조용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역 불패’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내가 국민의힘도 이끌어봤지만 ‘현역 불패’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거기도 인적자원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바꿀 만한 사람이 있어야 바꾸는 것인데, 강세인 특정 지역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사람이 별로 없어 그렇게 공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윤석열정부 심판론’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대통령 임기 중에 선거가 실시되면 그 정부의 업적을 놓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도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 문제도 대통령 평가의 종속 변수일 뿐이다.
총선에서는 야당 대표의 문제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슈다.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보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문제는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인데, 민주당이 어떻게 그렇게 대승할 수 있었겠나. 다만 이재명 대표는 총선 이후에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당의 공천 갈등과 의대 정원 확대 등 이슈가 여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직 판단하기 힘든 이슈다. 여권은 지금의 흐름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는 ‘한동훈 대 이재명’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윤석열정부의 중간평가 선거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는 한 위원장을 보고 표 찍을 사람은 없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윤석열정부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 위원장 개인적으로는 자기 지지율을 많이 높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시대정신을 무슨 ‘운동권 청산’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아직 많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경제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AI(인공지능)가 조금 더 발전하면 AI로 인한 고용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 그럴 경우 실업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 정치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니 맨날 인신공격만 하는 것이다.”
정리=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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