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콘텐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사회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3. 3.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해한 지식 산업’ ‘성공 포르노’ 용어까지 나와
스스로 최면이라도 걸지 않으면 살기 쉽지 않은 탓

‘동뒤’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까요? ‘동기부여 뒤집기’의 약칭이랍니다. 요즘 홍수처럼 밀려오는 자기계발과 동기부여 콘텐츠를 비판하는 유튜버라네요. ‘동뒤’는 지난해 10월 조 디스펜자를 시작으로 자청, 박세니, 하와이 대저택 등 자기계발 유튜버를 비판하는 내용을 줄줄이 유튜브에 올리면서 ‘유명세’를 얻습니다.

조 디스펜자는 23살이던 1986년, 철인3종경기에 출전해 사이클을 타고 달리다 시속 90㎞로 달리던 차에 받혔습니다. 6개의 척추뼈가 부서지고 뒤틀려 3일 안에 수술하지 않으면 평생 전신마비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죠. 척추에 길이 20~50㎝ 철심을 끼우는 수술을 받더라도 정상인으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말에 스스로 극복해보겠다 결심했다나요.

카이로프랙틱 클리닉을 운영 중이던 조는 혼자 재활을 시작합니다. 명상과 자기 최면도 활용하면서 말이죠. 결국 재활에 성공한 조는 이 내용을 담은 ‘당신이 플라시보다’ 책을 펴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이후 전 세계를 돌며 강의를 하고 있죠. 조의 이론을 기반으로 자기 성장 워크숍을 진행하는 한국 업체 ‘원더셀프’는 “조 디스펜자 박사는 신경과학, 후성유전학, 양자역학 등을 연구하는, 과학과 영성을 통합한 세계 최고 권위자”라고 홍보합니다.

‘자청’은 ‘돈·시간·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7단계 인생 공략집’ 부제가 붙은 ‘역행자’라는 제목의 책으로 스테디셀러 작가가 된 청년입니다. 이후 ‘이상한마케팅아카데미’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강의 사업을 벌였는데, 강좌 하나당 가격이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세니’ 마인드코칭 대표는 초등학생 때부터 최면을 독학하고 기숙학원에서 심리 컨설팅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번 것으로 이름이 나 있다죠.

‘하와이 대저택’은 이름에서부터 느낌이 풀~풀~ 풍겨납니다. 하와이 대저택 역시 ‘더 마인드’라는 책을 펴낸 마인드셋, 동기부여 유튜버인데요. 우리 뇌의 95%에 해당되는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 대해 강조한다네요. 이 영역을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 삶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거죠. ‘더 마인드’뿐 아니라 ‘하와이 대저택 100일 미라클’ 책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습니다.

코로나 시절 유튜브와 인스타를 뜨겁게 달궜던 ‘성공’ 콘텐츠를 뒤집어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입니다. ‘유해한 지식 산업’ ‘성공 포르노’라는 용어까지 나왔죠.

성공 콘텐츠가 맞냐 틀리냐, 성공 콘텐츠로 엄청난 부(?)를 일궜다는 이들이 정말 실체가 있는 것이냐 아니냐도 이슈겠지만, 정말은 청년층이 그들의 성공 콘텐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낸 사회 구조가 문제일 테죠. “그들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 스스로 최면이라도 걸지 않으면 살기 쉽지 않은 시대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니까요. ‘스페셜리포트’로 ‘성공 포르노에 빠진 대한민국’ 기사를 기획하며 해본 씁쓸한 단상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