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마술사’ 김종인 매직 또 통할까 [신율의 정치 읽기]

2024. 3.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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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개혁신당 공관위원장 매직 성공 미지수
무당층·중도층이 제3지대 정당 택하기 어려워
민주당 공천 과정 시끌…새로운미래 반사이익?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영입됐다. 김 전 위원장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선거판의 마술사’ ‘정당 소생술사’ 혹은 ‘여의도 차르’로 불리는 인물이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이런 말을 듣는 인물은 그가 유일하다.

그의 ‘매직’이 이번에도 통할 것인가. 마술사가 제아무리 능력자라도 좋은 도구가 없으면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정치권 마술의 도구는 무대 역할을 하는 정치 환경과 상황 그리고 풍부한 인적 자원이다.

현재의 정치 환경은 어떨까?

현재 가장 중요한 정치 환경은 정치적 양극화가 상당 수준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극심할 때는 제3의 정치 세력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들다. 거대 양당 중 하나를 지지하기로 결심한 중도 성향 유권자가 갑자기 3지대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도 크지 않고, 중도 성향 무당층 유권자가 3지대 정당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당층 성격의 중도 유권자는 거대 양당에 염증을 갖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이들은 정치적 고관여층이 아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환경의 영향을 받기 쉽다. 결국 무당층 또는 중도층이 3지대 정당을 선택하기란 이래저래 쉽지 않다.

또 다른 정치 환경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와 같은 3지대 정당이 ‘위성’인가 ‘항성’인가 하는 점이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현재의 정치 상황을 개척할 수 있는 존재인지, 아니면 양당의 정당 내부 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향 정당’ 내분 정도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입지도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 모두, 양당의 기득권 주류에 저항하면서 탄생했다. 따라서 양당이 ‘조용히 잘 굴러가면’ 이들 정당이 설 자리는 줄어든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미래의 ‘미래’가 개혁신당 미래보다는 조금 나아 보인다. 반면 현재 여론조사 지표는 그렇지 않다. 지난 2월 23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례 자체 조사(2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5.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개혁신당은 3%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새로운미래는 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런 여론조사가 있음에도, 새로운미래의 정치적 미래가 개혁신당의 정치적 미래보다 나아 보인다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다.

이유는 이렇다.

현재 국민의힘 공천 과정은 매우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 ‘무감동 공천’ ‘무음 공천’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이에 비해 민주당 공천 과정은 보통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야당에는 대통령이라는 실체적 권력이 없어 공천 과정이 시끄럽다고 하지만, 현재 민주당의 상황은 도를 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상황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을 연상케 한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 갈등의 근원은, 2015년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에서 촉발된 박근혜 대통령과 유 대표 사이 갈등이다. 해당 갈등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비롯한 당 주류가 총선에서 친박 위주로 공천하고, 철저히 친박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이런 당시 상황과 현재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간 갈등은 비견할 만하다. 물론 차이도 존재한다. 당시 새누리당은 여당이었고, 지금 민주당은 야당이다. 여당 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탈당 사태로 이어지기 어렵다. 당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해도 참고 견디면, 총선 이후 ‘또 다른 역할 공간’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다르다. 공천 탈락에 대한 보상이 없다. 이런 이유에서,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탈당 사태’라 불릴 만한 대규모 탈당은 없었다.

20대 총선 당시, 탈당 사태는 오히려 민주당에서 불거졌다. 문재인 당시 공동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 사이 갈등으로 안철수 대표가 탈당하고, 황주홍, 문병호 그리고 유성엽 의원이 동반 탈당했다. 이후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자 탈당 의원 수는 더욱 늘었다. 현재 민주당 상황을 보면, 20대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상황과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상황이 혼재돼 있다. 공천 내홍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과 상황이 유사하지만, 내홍의 ‘진화(進化) 방향’은 20대 총선의 민주당과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주 국회부의장과 박영순 의원이 탈당했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중성동갑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친문들 집단행동이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미래에 긍정적일 수 있다. 단순히 탈당 의원을 받아들여 세(勢)를 불릴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자신들이야말로 민주당의 대안, 진짜 민주당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좋은 상황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민주당에는 20대 총선 당시 김종인 위원장 같은 인물이 없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은 전권을 휘두르며 여론에 부정적으로 비쳐진 인물 상당수를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그뿐 아니라, 조응천 의원 같은 박근혜정부에서 일했던 인물을 영입하고, 양향자 의원과 같은 삼성 임원 출신도 영입했다. 한마디로 인물 영입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했다. 이런 김종인 위원장의 노력으로, 위기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비로소 분열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에서는 그런 생각을 가진 주류를 발견할 수 없다.

그런 김종인 위원장이 이제는 3지대 정당의 멘토로 다시금 등장했다. 그런데 개혁신당이 직면한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국민의힘의 ‘조용한 공천’ 때문에,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의 내부 갈등에서 파생되는 반사이익을 누리기 힘든 상황이다. 거기다 한동훈 위원장의 인기와 주목도도 상당하다. 한동훈 위원장이 온갖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민의힘이 많이 흔들린다면, 개혁신당은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렸을 테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또한, 과거 20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처럼 ‘물갈이 영입’을 통해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당의 이미지를 신선하게 만들 강력한 존재가 얼마나 많이 개혁신당에 공천 신청을 했는지, 혹은 그런 인물의 영입이 가능한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정당의 이미지를 고양해, 선거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종합해보면, ‘김종인 매직’이 이번에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정치는 생물이어서 섣불리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개혁신당이 처한 상황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국민이 정치판에서 ‘매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점이 개혁신당에는 희망이 될 수 있다. 국민적 기대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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