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어서’ 친구끼리 마시려다 상업화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친구’들과 우정을 다지며 마시면 더욱 뜻깊은 와인 하나를 추천해보려 한다. 출발부터 친구들이 합심해서 만든, 그리고 현재는 대학 동문 출신 양조가들이 운영 중인 ‘아미치 셀러(Amici Cellars)’에서 나온 와인이다. 미국 나파밸리 칼리스토가 지역 외곽에 위치한 한 외진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와이너리다.
30년 남짓한 짧은 역사 속에서도 아미치 셀러가 갖는 존재감은 작지 않다. 아미치 셀러의 출발은 우연에 가까웠다. 1991년 와인 메이커 제프 한센과 그 친구들이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마시고 즐기기 위해 와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포도 몇 t을 구입한 후 수작업으로 으깨 양조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와인이 탄생해버렸다. 상업용 빈티지로 내놓자는 제프 한센 의견에 친구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면서 아미치 셀러 와인의 역사는 시작됐다. 와이너리 이름도 탄생 스토리와 무관하지 않다. 아미치(Amici)는 이탈리아어로 ‘친구’라는 뜻을 지녔다. ‘친구를 위해 친구가 만든 열정과 정성을 다한 와인’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한동안은 임대로 여러 양조 공간을 떠돌다 2012년 비로소 자신들의 와이너리를 갖게 됐다.
아미치 셀러 소유주에도 변화가 있었다. 현재는 존 해리스, 밥 셰퍼드, 그리고 세리아 셰퍼드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저마다 이력이 독특하다. 존 해리스는 소유자 겸 최고경영자(CEO)로 글로벌 광산·석유·가스 사업을 30년간 한 후 캘리포니아에 와서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밥 셰퍼드는 골퍼 출신 부동산 금융 전문가로 대학 시절에 와인을 접하면서 미국의 유명한 와인 마스터 피터 마크(Peter Marks)로부터 와인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1996년 그래픽·웹개발 소프트웨어 회사에 다니던 세리아 셰퍼드와 결혼했다.
현재 활동 중인 3명의 양조가는 모두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 양조학 동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앤서니 비아기(Anthony Biagi)는 데이비스대에서 해양생물학과 양조학을 전공한 후 클로 뒤발 와이너리 등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메트 코트니(Matt Courtney)는 역시 데이비스대 양조학과 졸업 후 미국 내 여러 유명 와이너리에서 와인 양조 컨설팅 경력을 쌓았다.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전문가로 유명한 단테 웨스트(Dante West)는 데이비스대에서 양조학과 포도 재배학을 배운 후 호주 와이너리에서 주로 활동하다 아미치 셀러에 합류했다.
아미치 셀러는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지만 주력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연간 총생산량은 1만케이스 정도다. 필자는 아미치 셀러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2021(Reserve Cabernet Sauvignon 2021)’ 와인을 시음하고 미국 나파밸리 와인 수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명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9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준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포도 품종은 카베르네 소비뇽 90%, 메를로 4%, 말벡 4%, 카베르네 프랑 1%, 쁘띠 베르도 1%를 블렌딩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발효하고 100% 뉴 프렌치 오크통에서 20개월 동안 숙성한다. 진한 검붉은 색상에 아로마는 카시스, 블랙 체리, 라즈베리, 삼나무, 바닐라, 연필, 향신료, 가죽 향이 난다. 마셔보면 훌륭한 산미와 풍부한 타닌, 완벽하게 균형 잡힌 미디엄과 풀보디의 식감, 그리고 인상적인 숙성 가치가 돋보인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쇠고기 안심스테이크, 갈비구이, 양고기구이, 육전 등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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