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팔레스타인 구호품 첫 공중 투하…"6주 휴전안 타결 임박"

김민정 2024. 3. 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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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미군이 인도주의 긴급 식량을 항공에서 투하 하고 있는 가운데, 가자 주민들이 구호 물자를 받기 위해 거리로 몰려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2일(현지시간) 군용기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식량 등 구호품을 긴급 투하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에 인접한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가 구호품 투하에 나선 적 있지만, 미국이 투하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낙하 과정에서의 사고 가능성이나 난민 간 배분 문제 등으로 인해 항공 구호품 투하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큰 데도 공수에 나선 건 그만큼 사안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서 미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 중부사령부는 C-130 수송기 3대를 이용해 오전 8시 30분께 식량이 담긴 꾸러미 66개를 가자지구 남서부의 지중해 연안 해변에 투하했다. 가자 주민 3만800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우방인 요르단도 이번 작전에 함께 참여했다. 요르단은 지난해 11월부터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공중 투하하고,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부로 수송기를 보내 구호품을 전달해왔다.

1일(현지시간) 요르단군이 미군과 협력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 투하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미군이 하늘에서 긴급 투하한 구호품에는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가자지구 주민 특성을 고려해 돼지고기는 제외하고, 별다른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포함됐다. 물과 의약품은 구호품 품목에서 빠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식량 공중 투하 방침을 밝혔었다. 구호품 항공 투하는 누가 받을지 알 수 없고 받는 과정에서 사고 위험도 높아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적잖은 비용에 비효율적이란 지적에도 이번 작전을 강행한 데는 그만큼 가자지구 내 사정이 심각하기 때문이란 풀이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난민들은 동물 사료인 곡물로 빵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식량 사정이 열악하다. 어린이를 포함한 아사자도 나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유엔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최소 10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었다"며 "비공식인 사망자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WP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 종식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을 좀 더 행사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이는 바이든 정부에 큰 압박"이라고 전했다.

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임시 보호소에서 아이들이 식량을 공급 받기 위해 빈 식기를 들고 길을 나서고 있다. UPI=연합뉴스


6주 휴전안 타결 임박


미국이 식량 공중 투하로 긴장 완화에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간 6주 휴전안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WP 등에 따르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협상안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이스라엘은 거의 수용했다"며 "이제 공은 하마스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는 10일께 시작하는) 라마단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하마스가 병자와 다친 사람, 노약자, 여성 등 취약한 인질들의 석방을 수용한다면 가자지구에선 오늘부터 당장 6주 동안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는 40일 휴전과 함께 이스라엘 인질 1명당 구금된 팔레스타인 보안사범 10명을 풀어주는 내용의 협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집트·카타르 등 중재국들이 이르면 3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만날 것"이라며 "이들은 '지속적인 휴전'을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람들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들의 얼굴이 담긴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네타냐후 미세 균열이 종전 걸림돌?


미국도 휴전을 위해 이스라엘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4일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 참가한 제2 야당인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를 만나 임시 휴전과 휴전 이후 가자지구 재건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츠 대표도 "4일 해리스 부통령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날 것"이란 내용의 성명을 2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회동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간츠는 네타냐후의 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섬멸을 내세우며 가자지구 내 난민 밀집 지역인 라파에 대한 지상 작전과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이집트 접경인 라파에는 현재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40만명의 피란민과 주민이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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