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트럼프? 일본에선 ‘이미 트럼프’ 대세 [JAPAN NOW]
‘모시토라(もしトラ·혹시 트럼프)에서 모우토라(もうトラ·이미 트럼프)로’.
오는 가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켜보는 일본 지식인들의 분석 가운데 하나다. 일본어로 ‘혹시’를 의미하는 모시 트럼프에서 ‘거의’라는 뜻의 호보(ほぼ) 트럼프를 거쳐 이제는 ‘이미 트럼프’라는 의미의 ‘모우토라’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토라(トラ)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표현인 토란푸(トランプ)의 앞 두 글자면서 동시에 호랑이(とら)라는 단어와 발음이 같다. 트럼프의 약칭인 토라에는 ‘호랑이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무서운 존재’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우리도 군사와 경제의 많은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지만 일본이 의존하는 정도는 우리보다 훨씬 크다. 미국은 일본을 가장 강력한 동맹국으로 치켜세우지만, 반대로 미국의 절대적인 지지 없이 일본의 자립은 쉽지 않다. 주민의 70%가 반대하는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옮기는 작업을 정부가 앞장서서 진행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 때문에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가는 일본에서도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트럼프 정부 1기 때는 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맹활약을 펼쳤다. 당선 전부터 트럼프의 핵심 연결고리를 수소문했던 故 아베 총리는 2016년 11월 17일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를 찾았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만난 외국인 지도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1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아베 총리는 한 달도 안 돼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와 마주했다. 2019년 나루히토 일왕 즉위 후에는 첫 국빈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12시간가량을 트럼프와 밀착하며 경제·군사 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따냈다.
트럼프가 1 대 1 협상을 즐기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스트롱맨’ 스타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지식인 사이에서는 故 아베 총리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 트럼프는 아베를 ‘환상적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아직 미국 대선이 초반이지만 일본 정부는 발 빠르게 트럼프의 핵심 참모진과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주요 인사들과의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특히 故 아베 신조 총리 시절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골프도 함께 즐긴 아소 다로 현 자민당 부총재가 연결 다리 역할을 위해 지난 1월 미국을 찾기도 했다. 아소 부총재는 방미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점을 둔 뉴욕을 찾는 등 물밑에서 접촉을 시도했지만 공화당 경선 일정 때문에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아소 부총재가 일부러 뉴욕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이 그에게 전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주변에 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진영을 중시한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지식인 사이에서는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 때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이라는 트럼프의 사고방식과 행동 스타일에 대한 분석이 이미 끝났다는 것. 정답지를 받아들고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됐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근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가맹국에 대해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일본은 아연실색하는 반응을 보였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는 건재했다. 모시토라에서 모우토라가 된 일본이 어떤 해법을 찾아낼 것인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8호 (2024.02.28~2024.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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